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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Jan 30. 2024

그냥, 평범한 날이다.

너! 글쓰기.

나는 언젠가부터 글을 쓰고 싶은 목마름에 뭔가를 끄적였다.

게으른 일상이나 즐겁고 서글픈 나날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혼자 생각하고 쓰는 글은 늘 그 자리를 맴돌았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덜덜 흔들렸다. 마치 탁상용 선풍기가 제 날개보다 더 강한 바람을 내보내느라 기기 전체를 벌벌 떠는 것처럼.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서 맴도는 글자들을 한 글자씩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가 되었다. 완성된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지퍼 이가 맞지 않아 벌어진 것처럼 앞뒤가 어울리지 않은 문장들도 보였다. 위아래가 어색하게 겉도는 옷차림 같은 글을 정리하고 싶어 난 글쓰기 공부에 등록했다.


지난 해 9월 평생교육원 수필 교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갔다. 

두서없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던 내 이야기부터 썼다.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검사 맡듯이 지도 교수님께 보여드렸다. 교수님은 내 글 의미는 그대로 둔 채 군더더기 문장 정리를 지도해 주셨다. 어떤 문장에 대해선 다른 표현법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내 기억 순서대로 써 내려간 글에 대해선 사실적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해보라는 설명을 들었다. 난 교수님 말씀을 되새기면서 더 많은 생각을 했다. 글감이 정해지면 배운 대로 쓰려고 했다. 글쓰기엔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는 교수님 말씀에 고민하며 글을 썼다. 시간 나는 틈틈이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노안으로 침침해진 눈이 아파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뭐 하려고’라는 후회도 했다.


글을 쓰면서 난 글쓰기와 손 뜨개질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빨리 완성하고픈 마음에 손 뜨개질을 밤늦은 시간까지 놓지 않고 했다. 깜박 졸아 코를 빼먹은 적도 있다. 코를 빼먹어 구멍이 생기면 메꿀 방법이 있지만 나는 완전한 모양을 위해 망설임 없이 풀고 다시 짰다. 한코 한코가 쌓여 완성품에 가까워질 때 느꼈던 짜릿함이 글을 쓰면서 다시 내게로 왔다. 내 머릿속을 떠돌던 단어들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질 땐 흐뭇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썼다. 완성된 문장을 읽고 어수선하면 마치 코가 빠진 뜨개질을 아까워하며 풀 때처럼 글을 지웠다. 한 개의 코도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뜨기만 하면 뜨개질은 완성된다. 거기와 비교하면 글쓰기는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노력해도 쉽게 완성품이 나오지는 않았다. 한창 뜨개질에 빠졌을 때의 난 손가락이 아파도 뜨기를 계속했는데 글쓰기는 자꾸 주춤거려진다.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보지만 한 줄도 못 쓰고 잠드는 시간이 늘고 있다.     


난 특별한 일 없는 오늘 컴퓨터 앞에 앉아 평범한 날을 보내던 내가 어떤 마음이 들어 글쓰기에 목말라했는지를 더듬어봤다. 초등학교 때 매일 일기장 검사를 받으면서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해서인지. 습관처럼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여기저기 메모하면서부터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표현을 한 지도 벌써 5개월째다. 글을 쓰는 동안 나를 포함한 주변이 늘 조용했다. 나름 나를 위한 배려이다. 난 그들의 소리 없는 응원을 들으며 내 수첩 한 귀퉁이에 언제 썼는지 기억도 없는 글을 쳐다본다. ‘나에게 글쓰기는 아픔보다 기쁨을 더 많이 주는 짓이다.’ 더 많은 짓을 하기위해 필요한 공부가 더 깊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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