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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Feb 03. 2024

플랜 75

일본 영화를 보다.

"이 영화는 풍자도, SF도 아닌 , 현실적인 호러영화다."라고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서 특별언급된 일본 영화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선 2022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다.  2024년 2월 7일 영화관 개봉 예정이다. 가까운 미래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인은 잉여인간이라고 협오하는 청년층이 늘면서 노인 살해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내놓는다. 75세 이상인 노인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제도다. 덤으로 죽기 전 10만 엔까지 제공한다. 정부에선 '담당부서'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한다. 특히 독거노인들에게 무료급식까지 제공하며 끊임없이 가입자수를 늘려간다. 정부에선 이 정책으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다며 가입자 연령을 65세까지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려 한다. 

가입자들에겐 안락사 전날까지 상담사가 1회 15분씩 상담전화를 한다. 상담사는 절대 가입자와 만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2번의 이혼 후 혼자 사는 78세 '미치'는 또래 여성 3명과 호텔 청소를 하며 꿋꿋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동료 여성이 호텔에서 일하다 쓰러진다. 호텔 측은 노인들에게 힘든 일을 시켰다는 투서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노인 노동자 4명을 퇴직시킨다. 곧 재개발 예정인 집에 살고 있는 '미치'는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구직활동을 해보지만 나이 탓에 쉽지 않다. 재개발 예정인 집에 퇴거명령서까지 날아든다. 도움을 요청하러 간 주민센터에선 기초수급대상이니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는다. 막막한 '미치' 관심 없던 '플랜 75' 책자가 눈에 들어온다. 

 '플랜 75' 부서에서 일하는 '히로무'는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삼촌을 부서에서 만난다. 늙은 노인이 된 삼촌은 신청서를 작성한다.  '히로무'는 홍보활동 중 정책 반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히로무'는 시설 고장을 확인하던 중 죽은 노인들은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생각이 많아진 '히로무'는 삼촌이 시설 입소날 동행한다. 

딸아이 심장병 치료비를 벌기 위해 일본에 온 이주 노동자 '마리아' 수술비 마련이 쉽지 않다. 임금이 많다는 시체 처리시설의 유품 정리사로 이직한다. 죽은 노인들 몸에서 빼내온 물품을 정리하면서 고가의 물건을 받기도 한다. 죽음에 대해 점점 무뎌지는 '마리아'  

 '플랜 75'를 신청한 '미치' 상담사 '요코'와 상담전화를 이어가던 중  자신과 하루를 보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한다. 첫 남편과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하루를 보낸다. '미치' 마지막 상담 시간  '요코'는 마음이 흔들려 '미치'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집 정리를 마친 '미치'는 쓸쓸히 버스를 타고 시설에 입소한다. 

삼촌을 시설에 내려주고 집으로 가던 '히로무'는 방향을 틀어 시설로 향한다. 삼촌을 찾아 여기저기 병실을 다니던 중 이미 죽은 삼촌을 발견하다. 커튼 틈 사이로 주사를 맞으며 서서히 죽어가는 히로무 삼촌 눈과 마주친 '미치'는 하늘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시설을 빠져나온다. '히로무'는 '마리아' 도움으로 삼촌 시체를 차에 싣고 사람 취급을 받을 화장터로 간다. 


이렇게 영화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설화로 알려진 고려시대 나이 든 부모를 다른 곳에 버려두고 왔다던 풍습 '고려장'이 생각났다. 씁쓸한 뒷 맛을 남겼지만 78세 '미치'가 시설을 빠져나와 삶을 선택할 땐 눈물이 났다. 나도 '미치'와 같은 노인을 향해 가는 중이라 그랬을 거다.

죽음은 선택 문제가 아니라고 '자살예방'교육을 했던 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부모님의 선택이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나는 온전히 내 것'임을 잊지 말자 강조했었다. 

다리가 후들거려도 손가락 힘이 점점 빠져도 나는 온전한 내 것을 더 사랑하며 즐겁게 살 것이다. 

뉴스에 한 번씩 나오는 '노인을 비하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노인은 지금의 휴식을 위해 긴 세월 생산현장에서 이 사회의 중요한 기둥이었다고. 생산성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 사회에 필요한 기둥이라는 건 변치 않을 거라고. 

하야카와 치에 감독  '플랜 75'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와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나는 영화는 영화일 뿐 사람 냄새나는 이곳에 이런 것은 오지 않을 거라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오늘 하루도 우리 모두 쓸쓸함이 아닌 열기 가득한 시간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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