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정확 지는 않다. 내 가슴 중앙에 검은 개가 살고 있다.
먹이를 달라며 짖어대는 검은 개에 난 크게 놀라지 않고 그냥 두었다.
사람들 속에 있을 땐 가슴뼈와 뼈 사이 공간에 잘 숨어있다 고요한 순간 내 가슴을 두드렸다. 마치 나 여기 있으니 놀아달라고 하듯이.
애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검은 개를 난 망설임 없이 데리고 온다.
후들거리는 앞다리를 내 두 손으로 잡는다.
앞다리가 내 두 손에 잡힌 검은 개와 난 입안에서 쇳내가 나고, 뱃속에서 천둥이 칠 때까지 돌고 돈다.
세상이 도는 건지 검은 개와 내가 도는 건지 가늠하기 힘들 때까지 돈다.
지칠 대로 지친 검은 개가 집을 찾아 들어간다.
끝이 보이지 않은 구덩이 같은 공간으로 찾아 들어간 검은 개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혼자여도 혼자인 줄 모르고 코까지 골며 잔다.
돌고 돈 후유증으로 무릎은 아프지만, 혈관 벽을 힘차게 두드리며 내 혈액이 펄떡펄떡 날뛴다.
검붉은 색이 아닌 시뻘건 색을 띤 피가 손가락 끝에 맺힌다.
난 날뛰는 심장을 두 손으로 지그시 누른다.
이젠 뜨거워진 심장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할 시간이다.
난 그것이 터지기 전 차가운 세상으로 보냈다.
난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어린 난 그곳에 있어도 없던 사람이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검은 개만 있었지.
어른이 된 내가 차가운 심장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사실 어느 곳에도 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난 숨 쉬고 있다.
지나버린 어제를 후회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되어 여기에 있다.
윤설 작가님의 꿈, 무의식, 정신분석 이야기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를 읽으며 아직도 나와 함께 있는 검은 개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