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하늘이 이젠 가을이다.^^
나와 같이 올해 2월 초등 교사로 퇴직한 친구가 시를 보내왔다.
이미 시인으로 활동 중인 친구는 문득 내가 보고팠나 보다.
나도 답 문자를 보냈다.
'詩 속에 그대가 바로 …ㅎㅎ^^ 고마워.'
어제저녁부터 날씨가 아리송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바라보고 거실에 앉아있지만 편안함이 사그라들고 있다.
동생이 아침에 보내온 문자 때문이다.
남편이 수술하는 날이니 응원해 달라는.
심란한 마음일 제부에겐 글자가 날아다닐 것 같아 보내지 못했다.
동생에게 괜찮을 거라고 다독거렸지만 내내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수술이 끝나갈 시간이다. 동생부부 귀에 대고 중얼중얼해 본다.
'저 비가 그치고 추석을 알리는 달이 두둥실 떠오를 때 너흰 이미 집에 앉아있을 거야.'
동생부부에게 친구가 보내준 詩 로 내 마음을 전한다.
사랑으로 쓰는 편지
오수경
그대를 위해
내 혼을 다 태워도 아깝지 않을 사람아
내 모든 것 다 버리고
빈 들판에 허수아비로 홀로 서 있어도
거룩하게 봐줄 사람아
이른 봄 산수유 노란 별 터뜨리며
나에게 빛으로 오신 님
난 순결하고 고혹한 매화향으로
그대 맞으리
고단하고 지친 영혼
그대가 보낸 하얀 눈물로 다 씻어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려주고 싶다네
그대를 기다리며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과
잊어서는 안 될 것을 가슴에 새기었네
그대가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자연의 대지로 데리고 갔네
모든 생명들이
숨을 쉬며 하나하나 깨어나고
침묵하던 성스러운 땅이 열리고
새로운 희망의 물이 흐르네
이 대지의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그대와 나는 사랑이라고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