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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제한속도의 설정

철학과 팽창 사이의 고민

by 지역이음이

스타트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창업기업들은 창업을 통한 성장, 그중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꿈꾼다.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절, 캘리포니아 모델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그중에서도 유니콘 기업의 성장은 안정적 성장, 수익 확보보다는 Cash를 투자받고, 이를 잘 태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또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모델을 추구해 왔다.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 독점 또는 유일한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재무적 안정성이 뒷받침된다는 전제가 당연시되어 왔다. 이때까지 투자 자금의 힘으로 버티며 결국 수익이 창출된다면 성공적인 사례로 남았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독점 또는 유일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업의 본질이 약하고, 고유 기술 확보를 통한 해자 구축이 실패하거나, 애초에 BM 자체가 이익을 달성할 수 없다면 이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충분히 성장했다고 할지라도 실패하고 만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WeWork, Theranos, Klarna, Convoy 등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들이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사례들은 이러한 사례가 아니다. 애초에 시장 자체가 매우 작은, 바로 한국의 얘기를 하고자 한다. 일전에 CB Insights 기준 전 세계 약 1,40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의 주요 제품,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전수 조사 및 분석해 보고 얻은 인사이트 중 하나는 유니콘 기업들의 BM이 유사한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즉, 비슷한 제품, 서비스, BM으로 각 대륙을 중심으로 일정 이상의 시장을 잠식하며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은 유니콘 기업을 졸업한 대표적인 한국의 기업들인 배달의 민족, 쿠팡 등이 동일한 서비스로 다른 대륙에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수익 현황과 구조가 거의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매출액의 폭발적인 성장처럼 수익의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이는 현재의 유니콘 기업들도 비슷하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은 B2C 중심 플랫폼, 내수시장기반, 치중되어 있는 도소매 산업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Global 환경으로 진입 가능한 AI, 드론, 빅데이터처리, 하드웨어 등 국외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영역에서의 활약은 데이터 분야의 아이지에이웍스와 같은 기업을 제외하면 찾기 매우 힘들다. AI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Open AI, 구글, Meta 사 등을 얘기하며 투자가 매우 부족한 우리가 어떻게 저 분야를 스타트업이 하냐며 반문할 수 있지만, AI의 기술을 통해 문법을 고쳐주는 Grammarly는 우크라이나에서 창업하여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Deepl이라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유니콘기업은 독일 회사이다. 이들은 CB Insights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보다 상당히 높은 순위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독일은 스타트업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국가들임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AI라는 큰 틀 안에서 응용 영역 중 세부 분야에서 활동 중인 유니콘 기업이 많으며, 드론(Skydio(미국), Tera drone(일본)), 산업용 데이터(Palantir) 등의 부분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 중 하나로 '성장속도 제한'을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 으로의 발돋움을 얘기하고자 한다. 이는 '수익성'의 창출 및 유지,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라는 환경은 언어적으로 바로 글로벌 환경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으며, 그 시장 또한 매우 작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미국, 중국, 인도의 유니콘 기업 비율이 높다는 것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국가에서 지역으로 범위를 더 좁혀보고자 한다. 중국, 인도, 일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에서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고 있다.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오직 '한국'에서만 지역의 유니콘 기업이 전무하다. 이러한 원인에 대하여 기존의 글에서도 설명하였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만이 내세울 수 있는 우수한 자원 활용이 쉽지 않다.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프라는 많지만, 인재, 전기, 용수 등뿐 아니라 세금까지 한국의 정책이 수도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재, 자금이 수도권에 몰려있기에 기업 입장에서 비용적인 측면에서 수도권이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바꿔서 말하면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전기가 필요한 산업, 용수(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모두가 이러한 자원이 필수)가 필요한 산업에 대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사용 비용이 저렴하다면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의 오레건주 또한 풍부하고 저렴한 전기, 시원한 기후, 세금 혜택 등의 이유로 빅테크를 포함한 국제적인 데이터,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수십조 원에 이르고 있다(Google 1.8, Meta 2.0, Amazon 15.6 등, 단위 : $ billion). 이 외에도 지역 내 다양한 투자가 있지만 단편적인 예이다.

https://www.google.com/about/datacenters/locations/the-dalles/

https://www.aboutamazon.com/news/aws/committed-to-our-communities-the-economic-impact-of-awss-15-6-billion-investment-in-oregon

https://datacenters.atmeta.com/us-locations/

위와 같은 대규모 투자에 따라 파생되는 비즈니스, 기술 등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도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다. 그 직접적인 사례들로는 Crane Data Centers, Rowan Green Data, T5 Data Centers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한국에서는 '매우' 부족한데,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환경적 차이를 배제한 채 선진 사례로써의 '미국을 벤치마킹'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경우 지역의 창업을 얘기하자면 F&B를 중심으로 한 골목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지역의 기술 기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골목 경제로 대변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다시 서울의 '~~ 단길'과 같은 대표적 거리, 원래 유명했던 관광지의 '~~ 단길' 또는 제주도의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많은 지역들이 있지만, 기존의 사례들과 한국의 수많은 지역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잠재 시장에 대한 고민이다. 서울, 수도권, 기존 유명 관광지, 제주도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거나, 수많은 지역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교통 인프라의 차이도 매우 차이가 나며,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 인구의 비중은 더욱 격차가 크다. 이러한 환경 하에 지역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임대료 등의 초기 비용이 낮은 것은 장점이겠지만, 결국 유형의 접근이 가능한 시장의 사이즈가 작기에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함에 따라 지리적 단점을 부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또한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창업 사례와 비교할 때 과연 어느 정도 가능할지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클러스터, 복잡계, 네트워크 효과 등 많은 이론들에 따라 관련 이해관계자나 참여자가 많기에 이 부분도 아이디어의 창출, 트렌드의 분석, 기술의 적용 등에서 수도권 소재 창업 시 더 유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글의 주제인 '철학의 유지와 성장속도의 제한'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역 기업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에서 생존하거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F&B 들은 그들의 핵심 서비스와 철학을 지키기 위하여 적정 시점까지 적정 속도의 성장을 지향하였다. 이러한 포인트를 놓치고 급격한 성장을 지향하다가 핵심 가치를 놓쳐 위기를 맞이한 미국 내 사례들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슈퍼마켓 체인 '웨그먼스 푸드마켓', 맥주 브랜드 '쿠어스', 밀키트 브랜드 '블루 에이프런', 나아가 최근 스포츠 산업에서의 '나이키' 등 다양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온, 오프라인 채널 또는 B2C 제품 모두에서 급격한 성장에 따른 실패 사례들이 자주 발생하였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파타고니아'는 성장속도 제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많은 이들은 환경에 대한 기부, 'Don't buy this jacket' 등의 파타고니아의 정신에 대해 강조하지만, 본인이 주목하는 바는 이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 적절한 수익성, 그리고 이를 실현하게 해주는 적절한 성장이다.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는 그의 저서인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통하여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라", "모든 결정에서 100년 앞을 내다보고, 그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만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파타고니아도 최근 빨라진 성장속도에 의거한 균열이 생기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경영 선택에 따라 기업의 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적절한 성장을 통한 지역 내에서의 안정성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국내, 국외 지역 진출을 지향해야 하며, 이 때도 적절한 성장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와 더욱 직접적으로는, 미국에는 다양한 로컬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Filson(시애틀), Danner(포틀랜드), Cotopaxi(솔트레이크시티), Topo Desings(덴버), KÜHL(솔트레이크시티)와 같은 브랜드들이 존재하는데, 파타고니아의 '철학'만으로는 현재의 경쟁우위를 지속해서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Cotopaxi는 큰 틀에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철학으로 파타고니아와 유사하며 디자인에 차별을 두며 저렴하다. 결국 파타고니아도 확장의 조정, 적정 수준의 디지털전환을 통한 해자 구축에 고민이 필요하다.

https://atlantachosun.com/news/406549

최근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더치브로스(NYSE, BROS, 시가총액 약 84억 달러, 24,12.28. 기준)'라는 새로운 커피전문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중심이지만, 직원이 나와서 주문을 받는 시스템

음료 가격의 경우 스타벅스와 비교할 때 저렴하지 않다. 이기업은 1992년 네덜란드계 형제들이 오레건주 그랜츠 패스에서 작은 커피 카트로 시작하였다. 특징은 드라이브 스루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단순한 편리성뿐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가서 주문을 받으며 친절하고 밝은 태도를 보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는 데 그 철학이 있다. 커피와 함께 미국인들이 카페인 섭취를 위해 선호하는 에너지 드링크 등을 활용한 커피 음료의 다양성을 확장 및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비밀 메뉴 제공 등을 통해 이전 세대는 스타벅스, MZ세대는 더치브로스라는 이미지로 시장을 잠식해 나아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서부권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며 최근 젊은 인구가 증가하는 주인 텍사스, 네바다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로컬 커뮤니티와의 협력 또한 매우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초기 프랜차이즈 모델을 통해 확장했지만 오히려 최근 직영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창업 후 IPO 하기 전인 2020년까지 약 440개 매장으로 확장하며 낮은 성장속도를 보여주었고, 2024년 1분기 기준 871개, 최종적으로는 미국 내 4천 개까지 매장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스타벅스의 경우 미국 내에서만 2024년 3분기 기준 15,2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치브로스가 오레건주의 그랜츠 패스(Grants pass) 지역에서 시작하며 드라이브스루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데에는 지역의 특성(문화적, 경제적)이 존재하고 있다.

1. 커피 문화의 발달 : 오리건주는 미국 북서부 지역(퍼시픽 노스웨스트)에 속하며, 이 지역은 스타벅스를 필두로 커피 소비문화가 크게 발달한 곳임.

2. 젊은 인구층 : 대학 도시와 젊은 인구층이 밀집된 지역이 많아, 에너지 음료나 특색 있는 메뉴가 빠르게 수용되었음.

3. 로컬 출신 강조 : 오리건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역 사회와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었음. 지역 이벤트, 자선 활동 등을 통해 지역 밀착형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음. 예: 지역 스포츠 팀 후원, 기부 캠페인 등

4. 오레건 특유의 친환경 가치와 조화: 오리건은 환경 보호 의식이 높은 지역으로 유명함. 더치 브로스는 이에 발맞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며 소비자 신뢰를 얻었음.

5. 소규모 도시의 저렴한 운영 비용 : 창업 당시 그랜츠 패스는 상대적으로 운영 비용(부동산 비용, 인건비)이 낮은 지역이었음.

6. 드라이브 스루와 차량 중심 문화 : 오리건주는 차량 이동이 중심이 되는 서부 지역의 특성과 맞닿아 있음. 서부 지역의 넓은 지형과 차량 중심의 출퇴근 문화는 더치 브로스의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

7. 오레건의 서부 정신 : 오리건과 서부 지역은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정신을 상징함. 더치 브로스는 이런 정신을 반영해 자유롭고 친근한 브랜드 문화를 구축하였음. 직원들이 고객과 친근하게 대화하며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하는 서비스 방식은 지역과의 정서적 연계를 더욱 강화했음. (오레건의 대도시 포틀랜드의 대표구호 : Keep Portalnd Weird)

이전 글에서 국내 컴포즈커피(가맹점수 약 2,700개)의 성공을 다룬 적이 있다. 이뿐 아니라 메가커피(약 3,000개), 역전할머니 생맥주(약 970개) 등 골목상권에서 시작하여 천억 원 이상의 가치로 매각된 사례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과의 스토리가 잘 드러나 있지 않고, 뚜렷한 철학이 드러나지 않으며, 중저가를 무기로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가맹점을 확대하여, 높은 가치에 매각한 사례들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과 반대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창업주가 오랫동안 경영하는 기업들은 한국과 같은 중저가가 아닌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색을 유지하며 서서히 국내에서 확장한다. 더치브로스와 함께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샌드위치 기업인 Jersey Mike's Subs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재료의 신선함과 주문 시 즉석 준비를 무기로 하여 지역과의 연결,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한국은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중저가 중심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에 무리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철학과 함께하는 수익성 확보, 이를 위한 성장속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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