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부에 매달리는가!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읽고

by Book lilla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중 관심 있는 분야라서 선택을 했다. 난 공부방법에 관심이 많은데,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것은 공부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방법에 관련된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솔직히 내용이 크게 기대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우리가 공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담담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고, 그간 풀리지 않은 몇 가닥들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교사이고 공부, 학업방법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육과정내에 교과내용을 가르치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아이들과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박사논문주제를 학업동기로 정하고, 학업의 동기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하는 중에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를 고민해보고 아는 학생'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우연히 만난 이 책은 공부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저자는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왜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저자의 공부는 달라졌다고 했다. 점수를 위한 공부,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저자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 공부하는 지를 깨닫게 되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회복했다고 한다.

저자는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고 한다. 점수, 합격, 성과,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단 한 시간이라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호흡이 깊은 공부를 시작해 보라고 한다.

공부는 지식체계를 풍성하게 하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이 책은 공부라는 개념을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근시안적인 성공을 위한 공부, 결과를 위한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도리로서 공부를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나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또한 이러한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힘을 주기도 한다.

16-17, '공부를 한 결과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공부한 것이 절대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 공부는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내 안에 각인되어 필요할 때 전혀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 준다.'
22,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면 그 공부는 내 생각과 인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며, 언제가 되든 반드시 놀라운 힘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다.
30-31, 인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공자와 소크라테스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게 진실임이 확실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부를 시작했다.
47, 공부는 자신의 내면에 나무 한 그루 심는 것과 같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삶을 살아감에 있어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즈음은 성적, 대학진학, 직업, 성공에 집착해 왜 사는 지, 왜 공부하는 지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궁극적으로 공부는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52쪽)’라고 한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최초로 마음먹은 때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마 내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때가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외지에서 힘들게 일하고 계신 걸 인식할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내가 공부한 이유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안정된 직업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와 비슷하거나 전 세대들은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때와 경제적 사회적 수준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접근이 달라야 되지 않을까?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141쪽)라고 했다.


나도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이렇게 공부에 천착하고 있을까?' 엄밀히 이야기하면 공부방법, 학습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공부를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나의 학창시절에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임), 그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그리고 공부로 지친 요즈음의 아이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별로 도움은 안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최근에 아이들을 가르치다 가족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엄마, 아빠의 역할을 이야기 하고 학생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분리수거', '내 방 청소하기' 이런 정도의 역할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몇 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기'라고 대답을 했다. 순간, 자신의 역할로 '공부하기'를 인식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자랄까? 이런 인식이 공부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어떤 행동이나 행위를 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나에게 이런 생각들을 하게 하였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 일에서 내가 어떤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지? 그 일에 대해 깊이있게 인식하고, 그 일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고민할 때,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공부를 즐기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욕망의 수단으로 삼고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즐기는 공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과의 만남이 더욱 반가웠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찾았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대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공자의 공부원칙1. 스스로 공부하라

132-133,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알려 주지 않고, 스스로 답답해 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 네 귀퉁이 가운데 하나를 보여 주었는데 나머지 세 귀퉁이를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어찌할까 어찌할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요즈음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새겨볼 말인데, 정작 나도 아이들에게 말로는 이렇게 말하지만 아이들을 실제 이렇게 지도함에는 많이 부족하다. 나 스스로도 아직 몸으로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소크라테스 생각법

146, '진리란 무엇인가'혹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아 같은 질문에 대해서 소크라테스가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아무런 의심없이 일상적으로 믿고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철학적인 차원으로 다시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준 것이 전부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배움을 바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예전에 난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 질문을 해본적이 거의 없다. 그냥 책에 나오는 내용은 다 옳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받아들이려고만 했다. 그런데 읽고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최근에는 책을 읽으면서 토론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면서 자꾸 곱씹어보고, 저자는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게 무슨 뜻이지?' 하고 질문을 해본다.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면 책의 내용이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되고 기억도 조금 더 잘 되는 것 같다.


이외에 새겨볼 몇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217쪽, 탁구선수 덩야핑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218쪽, 중요한 것은 노력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며,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노력의 힘은 사람을 가려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18-219쪽 “공부하는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노력의 힘을 의심하지 말고 믿어 보라. 공부를 하면서 얻은 모든 것들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 위치는 분명 어제와 다르다. 그리고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출발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도서정보: 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걷는 나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옮김, 걷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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