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을 생각하다

도나 힉스의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을 읽고

by Book lilla


'모든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다. 내가 그동안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들을 다시 보니 결국은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인간의 존엄의 관한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았다. 이 중요한 '존엄'의 문제를 나 자신에게 '생활에서 정말 인간의 존엄을 잘 실천하고 있느냐?'라고 질문을 한다면, 난 '잘 실천하고 있다'라고 자신에게 대답을 못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더 꼼꼼하게 읽어보면서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존엄의 10대 요소'를 구체적으로 유형화하여 제시하고, 존엄을 해치는 열 가지 유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와닿았다. 물론 개념을 유형화할 시에 오류가 따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면 요소별로 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존엄의 10대 요소

존엄의 10대 요소에는 정체성 수용, 소속감, 안전, 공감, 인정, 공정함, 호의적 해석, 이해, 자주성, 책임성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존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은 책을 정독해서 이 요소들을 깊이 있게 잘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일일이 하나하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피하고, 이 요소들 중에 꼭 짚어봐야 할 요소들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는 내용이지만 한 번 더 짚어봐야 할 내용, 내가 잘못 이해를 하고 있었던 내용, 내가 좀 더 노력해야 할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정체성 수용' '호의적 해석''책임성'에 대해 짚어 보겠다.


'정체성 수용'에서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는 그들을 나보다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존재로 대하라'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대하라는 뜻인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보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나이, 출신 지역, 학력, 경제력, 성격,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를 덧씌워서 대한 것 같다.

'나이가 어리니까 어떻다'가 아니라 '나이가 00이구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를 가지고 해석, 판단, 평가하려 들지 말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를 봐주는 것이 정체성 수용의 시작인 것 같다.


'호의적 해석'은 신뢰하는 마음을 사람들을 대하고 사람들이 선한 의도를 가졌으며 진실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출발하라고 한다. 나에게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107쪽, '타인에게서 호의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가 우리에게 입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타인을 학대하도록 부채질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자기 회의, 스스로 가치 없는 인간이라 여기는 감정이 아닐까?

즉, 타인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기 이전에 나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엄한 인간으로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타인에게 호의적 대하지 못했던 것은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책임성', 내 개인적으로는 이 요소를 학업, 직장, 대인관계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적 경험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여러 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물론 아닌 경우도 가끔 있기는 했다.)

'책임성'은 '자신이 한 행위를 책임지고, 다른 사람의 존엄을 침해했다면 사과하고, 상처 주는 행동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라'라고 한다.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했을 때, 분명하게 사과한다. 학교나 개인생활에서도 그렇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분명하게 사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잘못은 금세 잊어버리고 어느 때에는 멋있고 용기 있게 보인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어 볼 때, 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십 가지 이유가 순식간에 떠오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힘들기에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들이 멋있고 용기 있어 보인다. 맞다. 아래 인용글처럼 '강렬한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126,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고 인정하는 타인의 모습에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존엄을 침해하는 열 가지 유혹

이 책에서는 '존엄의 10가지 요소'와 더불어 '존엄을 침해하는 열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언급하고 있다. 미끼 물기, 체면 세우기, 책임 회피하기, 그릇된 존엄 추구하기, 그릇된 안전 추구하기, 갈등 회피하기, 피해자 자처하기, 타인의 비판적 견해에 저항하기, 죄책감을 벗기 위해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하기, 그릇된 친밀감에 빠져 험담 나누기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잘 빠지는 유혹, 미끼 물기, 체면 세우기, 그릇된 친밀감에 빠져 험담 나누기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미끼 물기'가 가장 강력한 유혹이다. '자제하는 것은 존엄의 거의 전부다''보복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마라'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우리는 '참고 보복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우리를 얕보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결코 이 유혹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그렇다. 이런 나에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해준다.

135, 미끼를 물지 마라. 타인의 잘못된 행위가 나 자신의 행위를 결정짓지 않게 하라. 자제하는 것은 존엄의 거의 전부다. 보복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마라. 상처 입힐 일이라면, 그들이 내게 했다고 해서 그대로 하지 않도록 하라.


'체면 세우기' 또한 우리가 많이 빠지는 유혹 중 하나이다. 우리는 대부분 타인의 눈에 좋게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과장, 거짓, 기만으로 자신을 덮으려 한다. 포장은 언젠가 벗겨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포장은 불편하지 않은가? 이 또한 자신을 스스로 존엄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히 이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 또한 자신에게 그릇된 존엄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존엄을 더 침해하기도 한다. 그릇된 존엄을 세우려다 무너진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141, 체면을 세우고 싶다는 유혹에 무너지지 마라.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덮거나,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라.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사실을 이야기하라.


'그릇된 친밀감에 빠져 험담 나누기' 또한 우리가 많이 빠지는 유혹 중 하나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이거 비밀인데'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친밀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제삼자를 비하하면서 존엄을 해치게 된다. 나도 많이 빠지는 유혹 중 하나인데, 이제는 좀 떨쳐내야겠다.

228, 타인을 비하하는 험담을 나누면서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을 경계하라.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은 해롭고 품위가 떨어지는 행동이다. 다른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자신에 대해,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고 상대도 나처럼 하게 하라.


저자는 이 열 가지 유혹이 진화에 따라 물려받은 유산의 일부라고 하지만 이 유혹들에 굴복했을 때 발생하는 해로운 영향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발달시켜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한다. 또한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해로운 충동들을 넘어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각 요소별로 자신 스스로를 체크해보면 존엄에 대한 자신의 인식 정도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척도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체크해보고 부족한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노력해보면 존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지 않을까? 인식과 실천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실천이 싶지 않기에 인식을 높여 실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16, 존엄이란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취약성을 수용함으로써 내적 평화를 이룬 상태이다.

나는 힉스의 존엄의 정의 중에 취약성 수용에 주목했다. 결국 우리가 상대방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약점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존엄하게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약점, 부족함까지 수용, 받아들인 다는 뜻일 것이다.

존엄을 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상대방의 취약한 부분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고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저자 서문에 괴테의 "사람들을 그들의 최선의 모습이 되도록 도우라. 그리고 그들이 이미 최선의 모습인 것처럼 대하라."말이 있는데, 나는 힉스의 존엄에 대한 정의와 괴테의 말을 조합하여 '사람들의 취약성을 수용하여 그들이 최선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내가 존엄을 실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


도서정보: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 도나 힉스 지음, 박현주 옮김, 검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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