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과 보충 시간에 아이와 수학을 공부하고(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배우는 게 많아서 이렇게 표현했다) 있다. 첫날에 이 아이는 담임 선생님께서 과제를 좀 더 빨리 해결하기를 바란다면서 신청 이유를 말해주었다. 아이는 시작하면서부터 말을 많이 했다.
담임 선생님이 어떤 의도로 신청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는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했다. 아이에게도 수업 시간에 과제를 빨리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도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문제를 풀거나 과제를 해결할 때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서 시간을 측정해 보자고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리고 문제 풀기가 끝나면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을 했더니 좋다고 했다.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쓰거나 말을 많이 하거나 할 때 시간을 측정해보는 것도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때 유의할 게 몇 가지가 있는데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연산이나 비교적 가벼운 문제일 것, 아이가 셈은 어느 정도 능숙하나 집중력에 다소 문제를 보일 때, 문제풀이보다 시간 단축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 때 시간을 측정하면서 또 하나 얻은 이득이 있다. 이 아이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문제마다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약간의 의존적인 유형의 아이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2페이지 8문제를 정해주고, 8문제를 스스로 마무리할 때 까지는 스스로 한 번 해결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시작 버튼은 아이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주며 집중하게 했다. 지난 시간에는 문제집 2페이지, 8-10문제를 풀면서 중간에 5-6번은 말을 걸거나 질문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을 측정하면서는 2번 말을 걸었다. 한 번은 문제가 이해가 되지 않아 질문을 한 거였다. 측정을 하는 동안은 선생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은 의외의 소득이었다.
지난 시간에 한 번은 10분 동안 2번 정도 말을 걸고 문제에 집중을 했는데, 오늘은 15분 정도 문제풀이에 두 번 말을 걸고 집중했다. 아이에게 10-15분 정도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아이도 시간을 측정하니 다소 집중이 된다고 얘기했고, 수업시간에도 과제 해결이 조금 빨라진 것 같다고 했다. 며칠 하고서 금방 좋아지겠냐마는 내가 지켜본 바로는 며칠이나마 태도가 좋아졌고, 스스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은 자신감을 갖는 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이의 말을 받아 주었다.
다음 문제들도 단순한 계산 문제이지만 아이가 조금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부담을 가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 측정에 대한 아이의 의견을 물었더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부분은 아이의 계산이 좀 더 숙달될 때 까지는 아이가 문제를 이해하고 계산방법을 습득하는 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