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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Oct 22. 2022

공깃밥 하나 더 주세요

움직임의 소중함

  어머니 생신이라 가족들이 모였다. 코로나로, 고2인 큰 아들 학업문제로 온 가족이 다 내려가기는 오랜만이었다. 내년에 고3이 되는 큰 아들은 내년까지는 시골에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어렵게 설득을 해서 데리고 갔다. 토요일에 내려가서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병산서원에도 들렀다. 지난번 여름 비가 오는 병산서원도 운치가 있었는데, 가을 저녁노을 지는 병산서원도 너무 좋았다. 물론 두 아들들은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이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작은 형님 내외만 참석을 했는데, 5남매 모두 모이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북적거리지 않고 오붓해서 작은 형님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간단히 어머니 생일파티를 했다. 파티를 끝내고 용인으로 갈 준비를 했다. 어머니께서 고구마, 감, 다양한 김치류를 싸주셔서 트렁크 가득 실었다.

  가는 길에 작은 형님 내랑 문경새재를 가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전하니 첫째는 왜 빨리 안 가냐고 투덜댔다. 시험이 끝난 연휴를 이렇게 보내기는 너무 아쉽다고 했다. 아내가 가족끼리 추억도 쌓고 힐링 어쩌고 저쩌고 해서 겨우 꼬셔 문경새재를 갔다.

  비가 살짝 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아 주차하기도 힘들었다. 작은 형님은 몇 번 오셔서 그런지 인근 식당을 예약하고 그 식당에 주차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식당을 예약하고 주차를 했다. 그 식당은 한정식 식당이었다. 첫째는 그 전날 냉면을 먹고 싶었는데, 늘 가던 식당은 휴업이고, 인근에는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결국 칼국수를 먹었다. 그게 아쉬웠던 겸이는 냉면집이 아니라고 또 투덜댔다. 냉면은 다음에 먹고 첫째가 좋아하는 고기 먹자고 달래며 겨우 문경새재길을 걸었다. 첫째는 가는 내내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왜 빨리 안 가냐고 했다. 같이 가던 작은 형님이 그 얘길 듣고 2 관문까지만 가자고 하였다. 2 관문까지 갔다고 예약한 식당으로 돌아오니 2시가 다 되었다. 약 2시간, 10,000보 정도 걸은 것 같다.

  식당에 앉자마자 두 아들은 배가 고프다고 난리였다. 그렇게 냉면만 고집하던 겸이는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빨리 먹자고 하였다. 불고기랑 비빔밥을 시켜서 먹는데, 첫째가 공깃밥 하나 더 시키면 안 되냐고 물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이게 웬일!!! 하는데, 작은 형님이 먹고 싶은 대로 시키라고 하셨다.

  첫째는 또래에 비해 체구가 많이 작고 많이.말랐다.고2인데 40kg를 간당간당한다. 나도 이맘때 마른 편이기는 했지만 50kg는 조금 넘었었는데... 아내와 나는 그래서 늘 걱정이다. 이때까지 밥을 더 달라고 한 경우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얼마나 안 먹었으면 내가 그 횟수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더구나 요즘은공부한다고  앉아만 있어서 더 걱정이 되던 차에 더 먹는다고 하니얼마나 반갑던지! 우리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형님내외도가워할 정도니.

 덕분에 우리의 오랜만에 나들이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안 먹는 다고, 건강하지 않다고 걱정만 말고 일단 기회가 되는대로 움직여야겠다. 일단 가을이니, 가을의 정취를 즐기러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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