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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Oct 23. 2022

질풍노도 시기의 아들과 탁구 치기

  둘째는 여러 면에서 나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는 것, 매운 음식과 국물이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감성적이고 잘 삐지기, 세심하고 배려를 잘하는 것, 욕심이 많은 것 등등.

  이런 둘째가 초6 마지막 방학, 1월이 넘어가면서 말이 없어지고 학원에서는 매번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더니 급기야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끊었다고 했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더욱 심해졌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는 아는 체도 안 한다고 했다. 집에 와서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무 떠들어서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했고, 둘째는 친구들과 얘기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책만 읽는다고 했다. 집에 와서도 책만 읽었다.

  중학생이 되어서 용돈도 올려주고, 때마침 책도 열심히 읽기에 좀 더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책 읽고 독후 기록을 간단히 남길 경우 용돈을 조금 더 주기로 했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책만 읽는 것이 걱정은 되었지만, 말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책을 많이 읽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 읽고 독후 기록을 남기는 데 열중이었다.   

  이즈음 영어, 수학 학원을 옮겨서 다니고 있었고, 코딩에 관심이 많아서 컴퓨터 코딩 학원을 알아보다가 둘째가 보다 관심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둘째가 애니메이션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금, 토에는 애니메이션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기본기 중심으로 가르치다 보니 두 달 정도 하더니 힘들어했다.

  친구 관계, 학업, 학교생활 관련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둘째는 몸을 많이 쓰는 격렬한 운동을 한 가지 배웠으면 했다. 알아보니 근처에 복싱 체육관이 있기는 한데 복싱은 조금 힘에 부쳐할 것 같았다.  파쿠르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인터넷에 알아보니 파쿠르를 할 수 있는 데가 거의 없었다. 그다음 알아본 게 실내 암벽 타기인데, 용인에 하는 데가 몇 군데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고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가기로 했다.

  희율이가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생각한 게 (구)경찰대에서 배드민턴이랑 탁구 치기였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평일 내가 일찍 퇴근할 때 가끔 갔고, 방학 때에는 자주 가서 배드민턴과 탁구를 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희율이가 두 가지 운동을 좋아하니 딱이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평일에 내가 일찍 퇴근을 하면 경찰대에 가기로 했다. 그즈음 희율이가 체육 시간에 탁구를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배드민턴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탁구는 아이들이 많이 접해 보지 못해서인지 희율이가 조금 잘 치는 편에 속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탁구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시간이 되어서 경찰대를 가려고 하던 차에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탁구장 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탁구를 치려면 굳이 경찰대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가 보았더니 관리실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그렇게 둘째와 아파트 탁구장에서 탁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둘째와의 탁구는 학원시간이 조금 늦은 화, 목, 금에는 4시 40, 50분부터 6시 10분 정도까지 약 1시간 30분, 학원 시간이 조금 이른 월, 수에는 4시 40, 50분부터 5시 20분까지 약 30분씩 치고 있다. 주말에는 아침, 오후 1시간 30분씩 약 3시간 정도 치고 있다.

  둘째가 탁구를 시작한 건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인 4학년 때부터 인 것 같다. 이 때도 경찰대에 배드민턴을 치러 다니다가 배드민턴이 지겨울 때쯤 1층에 탁구장에서 약 30분 정도 친 것 같다. 그때는 연습하는 기계도 있을 때여서 게임을 하다가 기계로 조금 연습하기도 했었다. 그때도 학년에 비해서 빠르게 탁구를 익혔었는데, 요즘 매일 꾸준히 치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젠 거의 내 실력과 맞먹을 정도다. 실력보다도 탁구에 푹 빠져서 땀 흘리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탁구를 칠 때만큼은 자신감도 넘쳐 보여서 좋다. 둘째가 땀을 흘리며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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