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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May 11. 2022

   공감하고 사랑하기2

                                                                                                        

  오늘 4교시에 사고가 터졌다. 운동회 연습을 위해 5학년이 6학년 교실 복도에 아있었는데, 6학년이 지나가다가 5학년과 시비가 붙었다고 했다.  6학년 아이가 5학년 아이를  때리는 걸 본 음악 선생님이 윤리부장이었던 나에게 말씀을 해주셨다.

   맞은 아이는  작년에 4학년 담임을 할 때, 잘 알던 아이였다.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상당히 힘들어했던 아이 였다.  마음의 상처가 많았고, 그래서 친구관계와 학습에 어려움이 많은 아이였다.

  때린 아이와 맞은 아이를 일단 연구실로 데리고 와서 맞은 아이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었지만, 정신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일단 보건실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때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꺼내자마자 5학년이 시비를 걸었다고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 같았으면 믿지도 않았을뿐더러 거짓말한다고 끝까지 듣지도 않고 야단쳤을 텐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그래, 그 애가 너를 많이 열 받게 했나 보구나"라는 말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전까지 흥분해서 길길이 날뛰던 아이가 이 한 마디에 얌전해졌다. 그러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훌훌 털어놓기 시작했다.

 " 선생님들은 제 말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저만 야단친다고요. 가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슨 일만 생기면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는 선생님들이 밉다."고 했다. 늘 말썽만 부리니까 일만 터지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자신을 먼저 나무란다고 했다. 사실  나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기에 내 마음속에도 늘 이런 아이들에게 늘 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가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한 마디 해주었다.

  왠지 진심이 느껴졌다. 나도 놀랐다. 이 아이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리라고는. 그때 다짐했다. 지금부터 내 생각으로 미리 아이를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리라고.  자신을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한 사람의 편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아이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2000년대 초반 어느 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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