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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May 11. 2022

  공감하고, 사랑하기1

                                                                                                              

  <이야기 하나>

  목요일 저녁이었다. 바쁜 일도 거의 마무리되고 해서 치킨에 맥주 한 잔 하려고 겸이 데려오면서 슈퍼에 들렀다.

  겸이도 새우깡을 한 봉지 사주었다. 이게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이야! 겸이가 저녁을 잘 먹지 않아서, 나는 맥주를 한 잔 하고, 겸이는 새우깡을 먹일 생각으로 샀는데 겸이 엄마가 저녁을 먹이고 과자를 먹이자고 해서, 도 처음 생각을 접고서는 밥을 먹고 과자를 먹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겸이는 30여 분간 계속 울면서 보챘다. 밥도 먹지 않고, 얼마나 화가 나던지...화도 내고 싶고, 때려 주기도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겸이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지만 끝까지 참기로 했다. 여러 가지 반찬으로 유혹을 하면서 설득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새우깡 먹고 싶어요" "새우깡 주세요"하면서 보채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피곤함에 몸은 천근 같은데 겸이는 밥을 안 먹겠다고 하고 울어 젖히니 힘에 부쳤다. 저녁때 과자를 사준 자신을 원망해야 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나 먹고 싶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겸이가 새우깡 많이 먹고 싶었구나!"라고 한 마디 해주었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다. 그 뒤로는 거짓말같이 잠잠 해졌다.

"밥 조금만 먹고 새우깡 줄게"했더니 "멸치랑 주세요"했다.(요즈음은 매일 저녁 멸치 하고 밥만 먹습니다)


  <이야기 둘>

  요즈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글을 짬짬이 읽는데, 이런 글이 하나 있더군요.

알이라는 화가가 있었는데, 아내와 두 아들과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큰 아들이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죽었고, 알은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졌고, 아내마저 도망을 쳐버렸다. 알은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어느 여인숙에서 생을 쓸쓸히 마감했다.

알에게는 막내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아이는 나중에 아주 친절하고, 선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잘 성장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가 특별한 인간으로 키웠는가를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떠날 때인 열아홉 살 때까지, 아버지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제게 키스를 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얘야, 난 널 사랑한다.' 그것이 전부입니다"라고.


2008.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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