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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l 15. 2023

소설이 너무 안 써진다

이전에도 소설이 쉽게 쓰였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건 나의 브런치나 블로그에 적힌 글 중 아무거나 골라 잡고 읽어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이번 소설이 유독 더 쓰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저히 쓰이지 않아서 중간에 쓰다 말았던 소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되도록 나는 쓰기로 마음먹은 그 소재를 꼭 써낸 후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어지고... 나는 두 편의 소재만을 갖고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한 채로 4월을... 5월을.... 그리고 6월과... 7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채감을 견디다 못해 오늘은 정말 써야지 다짐하고 스터디 카페에 나와서 한글파일부터 열었다. 매번 그렇듯 맨 첫 장부터 쭉 읽어 내려가며 사소한 부분들을 수정하다가 3페이지 뒤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채로 멈추어 버리고 한글 창을 내려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블로그를, 브런치를... 다른 창을 열어 서성거리고 망설이고만 있다. 


대충 써도 된다고, 완성만 하자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그래도 나는 손가락을 떼지 못한다. 내 손가락에 돋아난 혹도 어쩌면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손가락이 지고 있는 부담이 너무 커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두려워서, 참다못해 불쑥 솟아나버린 게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말하노니 소설 쓰기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이니 이렇게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고 그리 심각할 필요가 없는데. 구려도 괜찮고 못써도 괜찮고 한심해도 괜찮으니 한 편의 이야기를 완결만 시켜주었으면 좋겠는데.


상반기의 문예지 시즌도 다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춘문예 시즌이 돌아올 것이다. 버벅거리는 오늘의 나는 벌써 틀렸어, 지금 이 단편 하나 쓰기도 벅찬데 내가 무슨 소설가야, 의미 없어. 그런 생각을 한다. 나중의 언젠가는 될 수 있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내 인생을 미루지? 어디까지? 언제까지? 굳이 왜 소설을 쓰려고 해?라는 질문은 이제 끝나 갈 단계다. 처음 한동안은 왜 소설을 써야 하느냐는 나 자신의 질문에 시달렸는데 그건 마치 왜 살아야 해?라고 질문했던 생애 초반의 질문과 비슷하다. 답 또한 같다. 그냥... 그냥 쓰는 거고 그냥 사는 거다. 이유는 없다. 참, 심심한 인생, 심심한 사람.


나의 애인도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것이 참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 애인 얘기야? 약 5달째... 기승전애인.. 지금 너무 꿀 떨어질 때라 그렇다... )오랜만에 그가 쓴 글을 읽었다. 그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 글의 동력이 감정에 있기 때문이다. 나의 글이 그러하듯이. 내 소설이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감정에 접촉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에 직면하고 회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소설이 때로 삶의 다른 면을 보여주길 바란다. 분명히 존재하나 알지 못했던. 알면서도 체험하지 못했던. 그 모든 허구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진실인, 어떤 것에 대하여. (이렇게 나는 또 내가 써야 할 소설에 대하여 엄청난 기대를 쏟아놓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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