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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Dec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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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열망과 의미 찾기와

즐겁고 편하게 즐기면서, 쓰고 싶은 것을 신나게 쓰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그게 아니다. 머리채 쥐어 잡고 아니 멱살 쥐어 잡고 억지로 끌고 가는 것 같아서 흥도 안 나고 힘들고 버거우며 무겁고 피곤하다. 나는 아무래도 이런 쪽에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시간 낭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왜 여기에 시간을 쏟고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건지, 이게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거쳐가야 하는 과정인 건지, 혼란스럽다. 그래서 남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했길래 성공했는지를 자꾸만 엿보고 싶어 진다. 빈 종이는 공포스럽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 들었다. 처음에는 종이가 왜 무서운지 빈 화면이 왜 무서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 욕심과 기대가 커지면서 그렇게 된다는 건 알 것 같다. 완성하려고 마음먹은 소설이 있다. 어쩌다 보니 쓰고는 있지만 너무나도 유치하고 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이걸 다 쓰는 게 무슨 의미, 의미, 의미가 있을까 자꾸 의미를 따진다. 나는 의미에 미친 인간이라서 모든 것들에 의미를 구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처럼 굴었다.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질문거리였다. 의미가 없다면 왜 사는 거냐고 지겹게도 물어 왔다. 결국은 그런 물음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 때까지 그랬다. 아, 지금도 역시 그렇겠지? 이렇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쓰레기에 재미도 없고 시간 낭비인 개판인 것을 그렇게 골치 아프게 고민하면서 이마에 주름을 늘리고 내 시력을 나빠지게 하면서까지 그런 글을 쓰겠다고 그런 글을 완성하겠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의 그런 질문 자체가 의미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아야겠지. 내가 쓰는 것이 내게 경제적인 자유를 가져다주어서 인기와 명예를 얻고 퇴사를 하고 등등 매혹적이고 멋진 꿈이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당장 그것만 보고 있기엔 목이 아프다. 질투가 난다. 그런 곳에 이미 다다라 있는 사람을 보면. 어쩜 그렇게 잘할 수가 있지? 뭐가 얼마나 잘난 거지? 나는 왜 안되지?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지? 당연하다. 나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걸.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나는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그러니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과정과 대학교 1학년 교양 글쓰기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으니까. 나는 취업을 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후부터 점차 글 쓰는 길을 따라가고 있었고... 어느새 문예창작 대학원에 입학하고 소설과 시 작법서를 사고 소설과 시 쓰기 온라인 클래스를 검색해서 결제하고 있었다. 이렇게 돈을 쏟고 있는 이유는 거기에 내 욕망이 있기 때문이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떻든 한 편 한 편씩을 완성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얼마나 형편없고 초라한 것이 되든 후다닥 완성을 해 버려야지. 완성시켜 버리고 또 새로운 것을 써야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분명히 지금의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기대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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