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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an 31. 2022

가다듬기

새로운 일상을 가다듬기

 2022년 1월을 건너뛸 뻔했다. 다행히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고, 1월을 어떻게든 남기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싶다. 브런치는 아직도 뭘 써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공간이다. 블로그보다는 긴 일기가 될까, 생각나는 대로 적는 짧은 소설을 쓸까. 항상 고민하는 내용들만 털어놓게 될까. 이번 달은 고민이 길었다. 머리채 잡혀 끌려가듯이 살다가 결국 탈주해버렸다. 당장은 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와 아픔이 컸다. 앞으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중에는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많은 것들이 무겁게 남아 있다. 지금 주어진 시간 동안에도 뭔가를 해내고 이루어야만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 자주 주어지지 않을 기회라는 걸 안다. 그러니까 잠시도 허비할 수가 없다. 매일을 최선의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시간. 


 요즘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혼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는 일이라니 더없이 안락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막상 그것이 본업이 되면 또 다른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걸 어렴풋이 안다. 올해 1월의 내게는, 본업이 극도로 바빠지다 보니 잠깐의 쉬는 시간도, 하루의 휴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몰아치는 업무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가 없었고 이대로라면 건강을 다 잃어버릴 거라는 불안까지 더해졌다. 이전까지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퇴근 후나 주말에 쉬면서 어느 정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1월 한 달을 버틸 수가 없었다. 남들은 잘만 적응하고 다니는데 나는 왜 그걸 못하나 싶어서 자아상도 취약하게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말았다. 


 당분간은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려고 한다. 아침에는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또 스터디 카페에 가고, 평일 오후 다섯 시에는 피아노 학원에 갈 것이다. 저녁에는 집에서 간단히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따뜻한 물에 천천히 씻고, 일찍 잠들고. 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 냈던 것들에 먼저 손을 대 본다. 핸드폰으로 틈틈이 일상을 촬영하고 브이로그를 만들어서 토요일마다 올리려고 한다. 재미가 없어도, 누가 보지 않아도 나만의 시간을 기록해두는 의미로 남기고 싶다. 피아노는 너무 오랜만에 해 보는 거라 손이 떨리고 몸이 떨릴 지경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그저 매일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한다. 매일 시를 한 편씩 쓸 것이다. 시는 항상 어렵지만, 그날그날 생각나는 대로 뭐라도 쓰다 보면 그중에는 내 마음에 드는 시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들이 쌓이다 보면 점점 더 좋아지겠지. 최근 소설을 출간한 한 작가분이 블로그에서 매일 몇천 자 쓰기 챌린지를 하고 계신다. 그분은 직장인이니까, 나는 그보다 더 많은 글자 수를 목표로 매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단편소설이든, 웹소설이든, 이것 역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처음부터 훌륭하고 엄청난 것을 쓰려고 부담 갖지 말아야지. 그냥 재미로, 그냥 재미로. 하지만 매일 꾸준히. 아직도 내가 과연 글을 써서 뭘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한걸음, 한걸음을, 오늘 이 걸음을 걷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미래의 어딘가에서 내가 말한다. 매일 한 걸음만 걷는다면 충분히, 충분히, 오늘도 내일도 먼 미래에도 항상 충분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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