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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y 02. 2022

일주일을 시작하는 생각들

아침에 쓰는 일기입니다

 월요일 아침 아홉 시. 아침의 스터디 카페는 한산하다. 날씨는 맑고 약간 쌀쌀하다. 5월인데 아직도 쌀쌀하다는 게 문득 신기하다. 나는 오늘 하얀 긴팔 티와 도톰한 쑥색 카디건을 입었고, 편안한 연청바지를 입었다.


 출근을 하지 않아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옷차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의 스트레스 중 많은 부분은 오늘은 또 뭘 입지... 고민하는 부분이 꽤 컸다. 물론 옷 입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옷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옷장은 꽉꽉 차 있는데 매번 입을 옷이 없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화가 난다. 새 옷을 사기 위해서 옷을 찾는 시간은 엄청나게 아깝고, 돈도 아깝고, 옷을 놔둘 공간도 부족하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돈과 시간을 들여 사들인 옷을 막상 입어 보니 별로라거나 손이 안 가게 되면 그것도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그렇다고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기는 싫고, 옷 잘 입고 멋져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구질구질해 보이는 것도 자존심 상한다. 정작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심적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점이 제일 최악이다.


 이럴 땐 간편하고 저렴한 의류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정 구독료를 내고 거대한 옷장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음 한 주동안 입을 옷을 빌려 오고, 깨끗이 입고 반납하고... 신발이나 가방, 액세서리도 그런 식으로 공유하면... 불필요한 의류 쓰레기도 줄이고 옷을 놔둘 공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고(나는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만들어서 온전히 옷들에게 양보하는 문화도 무척 싫어한다)... 아무튼 그런 상상을 해 봤다...


 그리고 문득 놀라운 점은 5월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 달은 어떤 달이었나, 생각해 보면 삽질을 많이 하고 유독 축축 처져서 늘어져 있고, 마음은 부담으로 차오르고... 그런 달이었던 것 같다. 물론 좋은 일들도 있었다. 공모전에서 갖고 싶었던 상품을 받게 되어서 행복했다. 읽고 싶던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어보기도 했다.(좋은 일들을 '기다리느라'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기도 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요즘의 내 생활에 대한 방향성이 마구 흔들리는 것이었달까. 이렇게 하는 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하기 싫을 때 드는 생각이다.) 어차피 쉬기 위한 시간인데 그냥 푹 쉬어버릴까? 하는 생각으로 정말 많이 쉬기도 했다.(일주일에 3일 정도는 쉰 것 같다. 그런데 쉬지 않은 날의 생산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문제는, 애초에 쉬는 날로 딱 정해놓고 쉬면 죄책감이 덜한데, 나는 욕심이 많아서 일주일에 딱 하루만을 쉬는 날로 지정해 둔 것이었다... 그래서 쉬는 날이 아닌데 자꾸 쉬고 있는 나를 보면 죄책감과 불안 초조함이 마구 일어났다. 그렇다면 쉬는 날을 좀 더 늘릴까? 그런데 그건 또 싫다. 역시 내 욕심 때문이다.


 4월에는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부담감 때문인지 몸이 축축 늘어졌다. 책이나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잠이 쏟아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피곤해서 자꾸만 누워 있고 싶었다. 의욕이 바닥나버렸다. 어차피 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지난 주말 토요일, 일요일을 모두 푹 쉬며 놀아버렸다. 원래 일요일이면 브런치에 글을 올렸지만 그것도 패스해버렸다. 푹 쉬고 잘 자고 꽤 재미있는 꿈을 꿨다. 가끔 좋은 꿈을 꾸면 그 꿈으로 인해서 에너지를 받을 때가 있다. 잊고 있던 어떤 감정(사랑이나 즐거움 같은)의 충만감을 꿈속에서 가득 차도록 느낄 때가 있다. 꿈속의 그런 경험이 놀랍게도 실제 생활의 연료처럼 사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유 모를 자신감과 기쁨, 활력이 채워진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나는 다시 스터디 카페에 왔다. 다시 차근차근, 읽고 쓰고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때로 답답하고 조급해지지만 그게 다 너무 빨리 이루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지. 무엇보다 나를 재촉하지 말아야겠다. 내게 압박감을 주지 말아야겠다. 작은 것에도 나를 칭찬하고, 작은 것들을 음미하고 만끽하면서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살아내야겠다. 오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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