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Vacation … 휴가 같은, 아니 휴가 같지 않은
제10장. Summer Vacation … 휴가 같은, 아니 휴가 같지 않은
Written by funking
2025.08.06
대전–상주–보은–공덕–마포–대림–구로–대전–세종–장수–대전
2025년 그의 여름휴가 동선이다.
늘 그렇듯,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근무하는 그의 여름휴가는 ‘빼박’이었다. 완성차 업체의 일정에 맞춰야만 하는 구조. 올해 완성차의 여름휴가는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2차 협력사인 그의 회사는 하루 늦게 시작해 하루 일찍 복귀하는 일정으로 조정되었다.
결국 그의 여름휴가는 7월 26일부터 31일까지, 단 6일.
예년 같았으면 아내와 함께 해외로 나섰겠지만, 이번 여름은 달랐다.
아내는 딸과 함께 도쿄 이케부쿠로로 떠났고, 남겨진 그의 여름은 오롯이 혼자였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로 했다.
오랜만에 친구·후배들과 약속을 잡고, 캠핑도 하고, 골프도 치는 일정으로 가득 채웠다.
첫날은 상주의 ‘맑은 개울 캠핑장’에서 시작됐다.
다음 날은 속리산 CC에서 골프, 그리고 자주 찾던 보은 관기의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서울로 올라가, 예전 경제신문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후배와 오랜만에 만났다.
그 후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무렵 법인을 설립했고, 그는 그 회사에서 한동안 팀장으로 근무했었다.
지금도 그 후배는 그를 “팀장님”이라 부르고, 그는 여전히 그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그날의 1차는 단골 중국집,
2차는 와인바,
3차는 공덕의 LP 바.
‘올드상해’에서 시작해 ‘문스타파’를 거쳐 ‘OLDIES BUT GOODIES’로 향한 코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지 오스본의 「Goodbye to Romance」가 그를 맞았다.
기억의 뚜껑이 열리듯, 그의 청춘이 LP의 바늘 아래 되살아났다.
90년대 말, 주머니에 테이프 하나 넣고 다니던 시절.
그가 좋아하던 곡들을 신청했고, 기네스 생맥주와 스페인의 ‘에스텔라담 이네딧’을 번갈아 마시며,
둘은 LP에서 흘러나오는 그 시절의 선율에 청춘을 겹쳐 들었다.
잔에 남은 마지막 맥주를 천천히 비울 때쯤,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저음이 매장 안을 감싸며 울려 퍼졌다.
기네스의 묵직한 쌉쌀함과 어우러져, 그 시절의 감정이 고요하게 떠올랐다.
밤이 깊어지자, 그는 마포로 향했다.
서울에 오면 늘 숙소로 삼던 곳, 마포가든호텔.
대학교 시절, 그곳의 ‘홀리데이나이트클럽’은 그의 청춘 그 자체였다.
음악, 조명, 맥주, 그리고 서툴렀던 낯선 감정들.
밤이 깊으면 호텔 뒤편 산동만두에서 군만두와 탕수육으로 허기를 달래던 기억도 또렷했다.
그에겐 마포가든호텔이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젊음의 조각이 담긴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호캉스 열풍으로 호텔은 만실,
남은 객실은 평소의 세 배.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얼마 전 태국 골프여행을 함께 다녀온 동생이자,
현재 구로센터에서 센터장으로 근무 중인 부산은행 출신 후배의 오피스텔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전지점에서 업무로 인연을 맺은 뒤, 형·동생처럼 가까워진 사이였다.
밤은 짧았고,
아침은 뜨끈한 해장국으로 시작됐다.
후배의 오피스텔 앞, 대림동의 콩나물해장국집.
둘은 나란히 앉아 진한 국물을 들이켰고,
그는 어느새 속이 풀려온다는 걸 느꼈다.
다시 대전으로 내려온 그는
중간 기착지에서 평소처럼 사천탕면을 먹었다.
국물은 낯설면서도 익숙했고,
땀을 닦으며 그는 중얼거렸다.
“그래, 이게 삶이지.”
잠깐 집에 들러 에어컨 바람으로 몸을 식힌 뒤,
짐도 풀지 않고 곧장 장수 와룡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도심의 폭염이 무색할 만큼
장수의 숲은 고요하고 서늘했다.
그는 데크 위에 발포매트를 깔고 누워
나무 사이로 쏟아지던 별빛을 올려다보았다.
소음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밤.
별이 그를 덮어줄 때까지,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6시 33분 장수 CC 티오프.
속리산보다도 더 선선했고,
페어웨이를 걷는 발끝에 바람이 스쳤다.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속도는 늘 빠르지만,
가끔은 이렇게 느리고,
이렇게 조용해야 한다.
(여담)
R.I.P. Ozzy Osbourne
그리고 바로 오늘,
그를 맞아주었던 노래— 「Goodbye to Romance」를 남기고,
오지 오스본이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And I sit here in the darkness,
There's no sound, no people to see…"
이 가사처럼,
그날 밤의 LP 바,
그리고 숲 속 별빛 아래의 고요함은
그에게 한 편의 이별과 같았다.
그는 늘 바빴다.
원가, 자재, 지원…
부서 구분 없는 실무의 잡일을 맡으며
동료들은 그를 ‘스티브 잡부’라 불렀다.
그의 삶에는 ‘멈춤’이란 단어가 좀처럼 들어올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혼자만의 6일간 동선은
그에게 조용한 질문 하나를 남겼다.
“나는 언제 가장 나다웠을까?”
그 질문에,
공덕의 LP 바에서 흘러나오던 찰리 프루스의 ‘One Call Away’와
장수 숲 속의 별 하나가
다정히 대답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