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S 2013

여담) 이거 뱀이야? 실낙원 복락원

by 묵혼 김태완


RRS 2013 -



여담) 이거 뱀이야? 실낙원 복락원






「어쩔 수 없다」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장어.


만수가 연신 뒤집으며 장어를 굽는다.


그러나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정리해고 통지’였다.


만수가 손바닥에 적어놓고 열심히 연습했던.... 미국에서는 해고를 ‘도끼질(axe)’이라 하고, 우리는 ‘모가지가 날아갔다’고 말한다.


그 모가지가 날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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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의 아들이 묻는다.


“이거, 뱀이야?”



나는 생선 알레르기가 있어 장어를 먹어본 적이 없다.


맛이 어떤지조차 모른다.


게다가 뱀을 극도로 싫어하는 탓에 장어라는 형체만으로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


영화 속 장어는 흡사 에덴동산의 뱀처럼, 낙원을 타락하게 만드는 요물로 등장한다.



장어를 먹고 해고를 당하고


살인을 하러 갔다 뱀에 물리고


결국 살인을 하고 그 시체를 사과나무 아래 묻는다


그리고는 낙원을 다시 찾는다


실낙원이었다가 복락원이 되는...



“대안을 알려주면 살인을 멈출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벌이는 짓은 끔찍하고, 까다롭고, 섬뜩하다.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한 구절에만도 ㄲ, ㅉ, ㄸ 같은 경음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지.


그 단호한 발음의 리듬이 마치 절망의 망치질처럼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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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늘 이런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그의 대표작 「올드보이」는 일본 츠치야 가론과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영화는 원작을 넘어선 강렬한 미장센으로 한국 영화사의 전설이 되었다.


왈츠 선율이 스코어 전반을 감싸며, 우아하면서도 섬뜩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복수 3부작의 서막이자 정점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었다.






“누구냐, 너.”


“웃어라, 세상도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 것이다.”



오대수의 이.름.처.럼. 삶은 늘 오늘 하루를 대충 수습하는 일의 연속이다.


그리고 훗날, 오대수는 금자 씨가 베푸는 ‘친절’을 받는 백 선생으로 다시 등장한다.


복수는 이어지고, 영화는 끝나도 미장센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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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포스팅 — 「올드보이」 장성향


https://blog.naver.com/tammy69/6017974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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