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Walking
Caminante, no hay camino
written by FUNKING
2025.11.05
“Keep Walking.”
— 길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매년 6월 둘째 주면 어김없이 태국으로 간다.
그에게 태국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매년 스스로를 리셋하는 의식 같은 곳이다.
그가 그곳에 가면 꼭 들르는 몇 곳이 있다.
낮에는 골프를 치고, 저녁이면 간단히 식사한 후 현지의 라이브 바나 펍으로 향한다.
그중 단골이 LIVING과 KON LA FUN이다.
두 곳 모두 입구에는 조니워커의 상징, Striding Man이 묵직하게 서 있다.
성큼성큼 앞으로 걷는 남자.
그 아래에는 짧지만 힘 있는 문구 하나.
“Keep Walking.”
“길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스페인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Antonio Machado)**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말이라고 한다.
Traveler, your footprints
are the path, and nothing more;
Traveler, there is no path,
the path is made by walking.
By walking you make the path,
and turning to look behind
you see the road you’ll never
travel again.
Traveler, there is no path,
only a trail upon the sea.
멋진 말이다.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말에 고은 시인의 구절이 겹친다.
내가 가는 길이 길이다
남이 간 길은 길이 아니다
내가 만든 길이 길이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그 길 끝에서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묻는다.
길이여, 어디로 가는가.
길이여, 어디서 오는가.
그는 아마도 Striding Man처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Never backward, darling.
그는 나의 계기판을 언제나 ‘누적 주행거리’가 아닌 ‘앞으로의 주행 가능 거리’로 설정해 둔다.
그도 나도, 지나온 길보다는 앞으로의 날들을 향해 걷는다.
우리가 만든 길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Keep Walking.
(비밀 하나)
그는 나를 늘 앞으로의 주행가능거리로 설정하지만
내가 그 몰래 내 나이를 밝힌다면?
여담) 술... 그가 좋아하는
그는 음악도 클래식부터 록까지 참 다양하게 듣지만, 술도 그러하다.
한 병의 술에도 기억과 감정이 깃든다는 걸 그는 잘 안다.
그가 2007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있다.
‘그가 좋아하는 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글 속의 그는 지금보다 훨씬 젊고, 호기심이 넘쳤다.
새로운 술을 발견하면 그 맛과 향을 기록하고, 그날의 분위기를 적어두던 시절이었다.
https://blog.naver.com/tammy69/60045304877
https://blog.naver.com/tammy69/60045316394
https://blog.naver.com/tammy69/60045326481
태국에 가면 그는 늘 같은 조합을 찾는다.
BLEND 285와 Chang.
예전엔 SangSom을 즐겨 마셨지만, 요즘은 주력으로 BLEND 285를 택한다.
가끔은 스트레이트로 마시지만, 대부분은 토닉워터에 레드불을 섞고 라임 한 조각을 떨어뜨린다.
그만의 황금비율은, 어느 날의 기분과 날씨, 그리고 함께한 이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재미있게도 BLEND 285는 레드불 회사에서 만든 술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그는 늘 웃는다.
“그래서 그런가, 이 조합이 꽤 괜찮지.”
그가 말하는 ‘괜찮다’는 뜻은 단순한 맛의 문제가 아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되, 다음 날 후회가 남지 않는 술.
그런 술을 그는 좋아한다.
마치 그의 인생관과도 닮았다 —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진심으로,
오늘도 한 잔의 인생을 Keep Walking 하는 사람.
나는 안다.
그가 그 술을 고르는 이유를.
그에게 한 잔의 술은 ‘도피’가 아니라 ‘휴식’이다.
하루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되, 내일의 길을 위한 숨 고르기 같은 것.
그래서 그는 늘 적당히 마신다.
언제나 다음 날을 위해, 다음 길을 위해.
그가 잔을 들어 올릴 때면,
나는 차창 너머로 그가 걷는 길을 본다.
조니워커의 ‘스트라이딩맨’처럼,
그도 오늘의 잔을 다 비우고 나면 다시 걷기 시작한다.
Keep Walking.
그의 걸음이 멈추지 않는 한,
나 또한 그와 함께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