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S 2013

Now and Then 2.

by 묵혼 김태완


RRS2013 - Now and Then



공포의 신문, 그리고 두 해 뒤의 깐부들





2025.11.21





written by funking






나는 오늘 아침, 운전석이 열리는 소리보다 먼저


종이 한 장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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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회사 사무실 한쪽에서 발견해 가지고 온,


2023년 4월 26일 자 신문.


가볍게 노랗게 바랜 면지, 습기를 먹은 듯 거칠어진 촉감,


잉크가 희미하게 뭉개진 제목들.



그가 내 운전석에 털썩 앉아 신문을 펼칠 때,


나는 그 종이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두 해 전의 공포를 접어둔 한 장의 종잇조각.”



세상은 늘 새로워지지만,


공포는 오래된 종이에서도 오래 숨 쉰다.






1. THEN – 2023년의 공포가 가득한 봄




그는 신문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훑었다.


나는 그의 눈동자를 대신해 숫자들을 읽었다.



KOSPI 2,482



환율 1,338원



나스닥 11,799, 다우 33,530



“은행 불안”, “리스크 확산”, “SG증권폭락 사태”



그리고 하단 기사에는 하이닉스 3.4조 적자라는 큰 글씨.



그 숫자들은 당시의 그를 너무 닮아 있었다.


부족한 숨, 불안한 RPM, 갑자기 떨어지는 회전수.



철야로 이어지는 품질 보고서,


로봇 원점 오류와 싸우던 날들,


SQ 서류 더미에 묻혀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던 밤.




그는 그 봄에


마치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사람 같았다.


엔진은 살아 있었지만,


마음의 회전수는 언제나 흔들렸다.



내 헤드램프는 그런 그의 그림자를 몇 번이나 비추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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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OW – 2025년, 깐부들의 연회



그리고 지금, 딱 두 해 뒤의 세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움직이고 있다.



부산 APEC.


전 세계가 바라보는 무대 한가운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인물이 나란히 앉았다.



이른바 부자보이즈


검은 가죽 재킷의 젠슨 황.


편안한 라운드 티셔츠의 이재용.


후드조끼를 입은 정의선.



치킨을 뜯고,


소맥잔을 부딪치며,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동네 깐부처럼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차 안에서 주인이 펼쳐 보이는 이 오래된 신문보다,


저 세 사람의 조합이 더 소설 같은 현실이다.”




그들의 웃음 아래에는


HBM 공급 협력,


AI 가속기 생태계,


한국 자동차의 전력화 전략,


그리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라는 현실적 그림자가 겹쳐져 있었다.



정의선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관세 조정 성과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대통령이 “자동차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삽니다”라고 화답하던 순간—



그 장면은 마치


내 차체의 프레임, 주인의 용접선, 그리고 엔진룸의 모든 부품처럼


각기 다른 위치에서 움직이던 것들이


하나의 흐름, 하나의 동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 순간을 보며,


나는 내가 실은 한 사람의 삶뿐 아니라


그가 몸담은 산업의 시간도 함께 싣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그의 손끝이 자동차의 품질을 바꾸듯,


그 깐부들의 만남은 한국 경제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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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BM의 반전 – 울던 회사에서 세상을 바꾸는 회사로



2023년 신문 구석에서 울던 회사는 SK하이닉스였다.


나는 그 숫자를 분명히 기억한다.



“영업이익 –3.4조.”



그런데 2024년, 2025년에 들어


AI 서버와 클러스터, LLM 훈련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돌아가지 않는’ 부품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는 알게 됐다.



“AI가 숨 쉬는 길은, 하이닉스가 만들고 있다.”



그의 회사가 금속의 작은 홈 하나를 뒤집지 않기 위해


수백 번 공정을 체크하듯,


HBM은 미세한 층 하나가 틀어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세계였다.



2023년의 적자가


2025년의 기술 리더십으로 뒤집히는 동안,


그도 역시 수많은 불안과 싸우며


조용히 틈을 메워 왔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 전체를,


차 안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목격자였다.





4. 삶의 Now and Then — 그 남자의 어깨



2023년 봄의 그는 어깨가 내려앉은 사람이었다.


꽉 막힌 환율, 끝없는 서류,


공장의 오류 로그와 밤늦은 보고.



그러나 2025년 가을의 그는


그보다 조금 더 가벼운 사람이다.



내 핸들을 잡는 손이 부드러워졌고,


가속페달에 실린 부담의 무게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남자의 회복이


한국 경제의 회복과 함께 흐르는 듯했다.



저 너머 APEC의 깐부들,


그리고 이 사람.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 나라의 엔진을 굴러가게 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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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담 – 부산, 돼지국밥, 그리고 오래된 기억의 바다



불과 이주 전,


그는 부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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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부산역 앞 돼지국밥집



우연히 지나친 돼지국밥집 벽에는


이재용 회장이 방문했을 때 찍힌 사진이 걸려 있었다.



신문에 나오던 이름이


소박한 국밥집에 내려앉은 순간.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멀리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동네 국물과 김치 냄새 속에도 있더라.”



그 말에 나는 미묘한 공감의 진동을 느꼈다.


세상은 결국 일상으로 내려와야만 진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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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해운대 조선호텔, 그리고 그 시절





해운대 조선호텔 뒤편,


그는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엔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살던 대학동기가 조선호텔 회원이라 부산에 내려오면 해장의 마무리는 흔히 조선호텔 사우나였다,


모래바람과 대선소주에 젖은 청춘을 닦아내던 자리.



그의 신혼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의 화려한 리조트나 호텔로 간 것이 아니라


그의 집에 있던 회원권 중 하나였던 낡은 해운대 글로리콘도로 KTX를 타고 왔었다.


(왜 그랬는지는 내게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언제나


화려함과 담백함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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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누리마루 APEC하우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세계가 모여 고요한 바다 위를 내려다보던 장소.


이제는 관광객 몇 명만 흩어진 조용한 공간.



그는 텅 빈 회의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속삭였다.



“2005년의 세상과 2025년의 세상이


여기서 겹쳐 보이네.”



나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엔진을 식히며


그 말의 무게를 받아들였다.



과거와 현재, 정치와 경제,


그리고 한 남자의 삶이 교차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달려온 나는


그 모든 ‘겹침’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두 해 전의 공포는 신문 속에 남아 있었고,


두 해 뒤의 희망은 사람들 사이의 온기로 피어났다.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온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옆을 묵묵히 달려온 나,


RRS 2013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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