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학 1학년 겨울은, 세상이 거의 한 곡으로 기억하는 계절이었다.
어디를 가든 **조지 마이클의 〈Last Christmas〉**가 흘러나왔다.
명동의 음반 가게, 종로의 다방,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까지.
그해 겨울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그 노래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해 겨울은 웸이었다고.
하지만 그는 달랐다.
1988년 겨울, 그는 일본에 있었다.
대학에 막 들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시절, 세상이 갑자기 넓어 보이던 때였다.
도쿄역. 사람들 사이에 섞여 신칸센을 기다리던 그 순간,
역 안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온 영상 하나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연인은 엇갈리고, 도시는 눈에 잠기고,
음악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에 오래 남았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Christmas Eve〉.
JR의 크리스마스 광고였다.
그는 그때 깨달았을 것이다.
같은 크리스마스라도, 나라마다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한국의 겨울이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을 노래할 때,
일본의 겨울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밤”을 노래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절을 떠올릴 때, 웸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하나를 더 얹어 기억한다.
조지 마이클이 흘려보낸 크리스마스 뒤편에서,
야마시타 타츠로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남겨둔 밤까지.
나는 안다.
그가 지금도 겨울 밤 운전석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오래 붙잡고 있는 이유를.
엔진 소리보다 음악이 먼저 노후해 가는 걸, 그는 일찍 배운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계절은, 한 곡이 아니라 두 개의 기억으로 완성된다는 것도.
그의 대학 1학년 겨울은 그래서 조금 특별했다.
세상은 모두 같은 노래를 들었지만,
그는 그 겨울을 다르게 저장해 둔 사람이었다.
https://youtu.be/iUmTrRV1jyw?si=YuPAOhH8oFgfuF0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