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
긴자에서 시작된 기억은
사실 장소보다 한 시절이었다.
다다미 위,
격이 정해진 자리,
사케 한 잔의 값보다
사람의 위치가 더 중요했던 밤들.
그때의 나는
세상의 중심에 앉아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젊음과 역할이 만들어준 힘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다시 앉을 이유도,
굳이 앉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그 시절을 부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여기까지 잘 왔다.
신주쿠의 골목에서
에다마메를 집어 들며 알았다.
술은 여전히 좋고
밤은 여전히 길며
나는 이제
속도를 고를 줄 안다.
노미호다이는 아니고
단품으로,
천천히.
이번 여행은
다시 잘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괜찮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긴자는 기억으로 남기고
신주쿠에서 숨을 고르고
이제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준비.
그때의 나도 나였고,
지금의 나도 나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자집으로 #충전완료 #나는나로살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