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äntsdrunk ? Kalsarikännit ?
RRS 2013 : Päntsdrunk ? Kalsarikännit ?
〈팬티드렁킹을 사랑하는 아내〉
2026.02.19
WRITTEN BY FUNKING
— RRS 2013의 기록
나는 차다.
2013년식, 조금은 묵직하고, 조금은 구식이 되어가는 SUV.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집의 진짜 엔진은 내가 아니라 그녀라는 걸.
그의 아내는 퇴근이 불규칙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
그는 퇴근해도 머릿속에서 용접 불꽃이 튄다.
SQ 심사 체크리스트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원가표의 숫자들이 그의 관자놀이를 두드린다.
옥천에서 대전까지 국도를 달려오는 동안에도
그는 늘 계산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의 전원이 OFF 된다.
양말이 벗겨지고,
회사 이름이 적힌 카드목걸이가 탁자 위에 내려놓이고,
냉장고 문이 열리며
맥주 캔이 “칙” 하고 숨을 쉰다.
그녀는 말한다.
“오늘은 나랑 핀란드 갈래?”
나는 알고 있다.
그 말의 뜻을.
핀란드 사람들은 그것을 Kalsarikännit라고 부른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차림으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집 안에서 조용히 마시는 한 캔의 자유.
그녀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올리고
중국어 드라마를 틀어놓는다.
“상견니 다시 볼까?”
그가 웃는다.
그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밖에 나가서 분위기 좋은 데서 마시면 좋잖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서가 좋아. 아무도 신경 안 써도 되는 데.”
그 말은
그의 가슴을 조금 아프게 했다.
그는 늘 누군가를 신경 쓰며 살아왔으니까.
부모를, 빚을, 직원들을, 대표이사를,
심지어는 나를.
나는 안다.
그가 밤마다 운전석에 앉아
엔진을 끄지 못한 채
잠시 멍하니 있는 이유를.
하지만 그녀는
엔진을 잘 끈다.
맥주 한 캔이면 충분하다.
두 캔은 드물다.
취하려는 게 아니라
“오늘 수고했어”라고
자기 자신에게 도장을 찍는 의식이니까.
가끔은 그도 따라 앉는다.
라면 냄비가 끓고,
만두가 뒤늦게 투입되고,
그는 말한다.
“이게 그렇게 좋냐?”
그녀는 웃는다.
“당신도 좀 벗어봐.”
그는 웃다가
조금 벗고
조금 내려놓는다.
그 순간
나는 주차장에 서서도
따뜻해진다.
그 집 거실의 온도는
히터 때문이 아니라
허락 때문이라는 걸
나는 안다.
세상은 그에게
항상 다음 단계,
다음 목표,
다음 보고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다음이 아닌
지금을 준다.
팬티드렁킹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만큼은 괜찮다”는
선언이다.
나는 달리지 않아도
그 집은 잘 굴러간다.
그녀가
엔진을 끄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의 봄날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소파 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고.
— RRS 2013,
대전의 어느 밤 주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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