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고 싶어, Someday or One Day , 想見你
RRS 2013 - 널 보고 싶어, Someday or One Day , 想見你
2025.05.30
제4장. 널 보고 싶어, Someday or One Day 想見你
Written by funking
그 남자의 아내는 요즘 중국어에 빠져 있다.
그녀에겐 언어가 취미였고, 취미는 곧 열정이었다.
한때는 일본어에 심취해 있었다.
초창기 인터넷 커뮤니티 ‘아줌마닷컴’의 일본어 동호회에서 시삽을 맡아, 작은 세계의 중심이 되어 있던 적도 있다.
그녀는 어떤 대상이 마음에 들어오면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 하나로 세상을 다 채운다.
그런 그녀의 성향은 남편과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그는 이른바 '폴리매스'라 불리는 성향. 관심사를 넘나들며 두루 얕고 넓게 파고드는 타입.
반면 그녀는 ‘한 우물만 깊게 파는’ 스타일이었다.
비유하자면 영화 속 그 유명한 대사처럼—
“한 놈만 팬다.”
십여 년 전, 그녀는 회화에 빠졌었다.
밤이면 식탁을 접고 캔버스를 펼쳤고, 새벽 두세 시까지 물감 냄새와 함께 시간을 견뎠다.
결과는 꽤 괄목할 만했다. 유화 부문 특선, 수채화 부문 우수상. 국전 작가로 이름이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는 빠져들었다.
이번엔 언어도 그림도 아닌, 한 편의 드라마.
우연히 접한 대만 드라마 한 편—「상견니」, Someday or One Day.
드라마 속 주인공 ‘허광한’에게 푹 빠졌고,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마음이 끌렸다.
그녀의 중국어 입문은 그렇게, 아주 감성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집 안에는 낯선 성조 소리가 자주 울려 퍼졌다.
“으~ (평성)... 으↗ (상성)... 으↘ (입성)...”
남편은 한밤중에도 그 성조 연습에 잠을 설쳤다.
대만의 새벽이, 그녀의 책상에서 그들의 침실까지 흘러들어온 셈이었다.
그녀의 열정은 결국 그를 대만으로 데려갔다.
타이베이,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화롄, 컨딩…
한 도시, 한 배경씩,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걷는 여행이었다.
소위 ‘성지순례’.
그는 사실 ‘상견니’를 정주행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그 드라마를 각색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첫인상은 이랬다.
“대만은 타임슬립을 참 사랑하는구나.”
곧이어 떠오른 또 다른 작품—
「말할 수 없는 비밀」.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고, 계륜미가 상대역으로 등장한 영화였다.
그는 그 영화를 처음 본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대만의 고등학교, 낡은 피아노실,
그리고 어느 소년이 연주하는 비밀스러운 선율.
그 멜로디는 마치, 오래전 자신이 지나온 풍경을 닮아 있었다.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한 미장센,
말없이 건네는 감정들,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대하는 섬세한 태도.
그는 그 감각에 깊이 공감했다.
잃어버린 것은 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걸,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영화를 단순히 ‘본’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발견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피아노 학원 계단 아래 스쳐간 향기,
혼자 남은 교실에 울려 퍼지던 교내 방송의 여운.
그는 이해했다.
왜 대만 영화는 이토록 시간을 넘나들까.
왜 과거로 돌아가려는 서사를 반복할까.
그것은 아마도,
되돌릴 수 없는 실수들을 끌어안은 채,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방식이 아닐까.
계륜미는 그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던 소녀를 닮았다.
도서관 책상 너머,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말을 걸지 못했던 누군가.
시간은 흘렀지만, 감정은 그 자리에 남았다.
그는 계륜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아내가 ‘상견니’에 빠져 중국어를 배우듯,
자신도 그렇게 영상과 음악이라는 언어로 그 시절을 다시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는 걸.
그녀는 언어로, 그는 영화로—
서로 다른 세계를 건너는 중이었다.
서툴고 느리지만, 같은 이유로.
그리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순간들.
(여담) 계륜미.
그는 그녀를 처음 ‘주걸륜’과 함께한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보았다.
소년의 감정선에 스며들던 그 소녀.
그 후로 한동안 잊고 지냈지만, 최근 「드라이브 인 타이베이」라는 영화에서 다시 그녀를 마주했다.
이전보다 성숙해진 계륜미는 여전히 단정했고, 어딘가 아련했다.
영화 속 그녀는 티파니풍 드레스를 입고, 페라리를 운전한다.
맨발로 액셀을 밟던 장면.
그의 시선은 그녀의 발가락에 머물렀다.
그 순간만큼은, 삶의 속도가 아니라 섬세함이 아름다웠다.
(또 다른 여담) 주걸륜. 틸 슈바이거
그는 배우이자 감독, 각본가이며, 음악가이자 제작자다.
최근 상하이 여행 중, 호텔 TV에서 우연히 주걸륜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중화권의 오디션 예능.
그가 얼마나 넓고 깊은 위치에 있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딘가로 흘러갔다.
신림동 고시원 시절,
비디오방에서 낮술 한잔 곁들인 ‘일탈의 하루’.
그날 본 영화는 「Knockin' on Heaven’s Door」,
틸 슈바이거가 주연한 독일 영화였다.
붉은 노을의 바다 대신,
우중충한 하늘 아래 거친 파도가 몰아치던 해변.
루디와 마틴이 테킬라와 시가를 들고 서 있던 마지막 장면은
예전에 자주 찾던 독산 해수욕장의 풍경과 닮아 있었다.
그때 그는 느꼈다.
인생은 영화처럼 되돌릴 수 없지만,
가끔은 영화 속에서라도 그 장면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