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그의 눈은 왼쪽 귀 쪽으로 심하게 쏠린 사시다.
눈을 꿈벅 일 때마다 흰자위가 동공전체를 덮고 있다.
어떤 이는 그를 두고 '도다리' 생선 같다고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땐 어느 눈에 시선을 맞춰야 할지 몰라 내 눈도 동시에 사시가 되었고 마치 도수가 높은 안경을 꼈을 때의 느낌처럼 현기증이 일었다.
그의 시선에 익숙어지기엔 한참 시간이 걸렸다.
리어카에 박스를 가득 실고 그가 저울 위로 힘겹게 올라온다. 걸음이 무겁다.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리어카 바퀴도 한 바퀴씩 굴렀다.
총무게가 280이다 공차가 120이니까 박스는 160킬로 실려있다.
그는 셈 계산에는 어두웠고 지폐의 단위가가 크고 작음은 색깔로 구별을 했다.
돈을 받으면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초록색, 노란색, 푸른색 색깔별로 돈을 나누어 영수증과 함께 가방에 넣은 뒤 가방끈을 가슴팍에 사선으로 걸치고는 단단히 조여 매었다.
배가 고팠는지 자판기 율무차를 뽑아 마시더니 얼른 한 잔을 더 뽑아 든다.
"내일도 와도 되어?"더듬더듬 묻는다.
고물상 현장 상황이 물건을 팔러 들어온 상인들 차량으로 번잡하지 않고 바쁘지 않아 보이면 들어오라고 답을 준다.
이곳 공업단지 안에 몇 개의 고물상이 있긴 했지만 다들 그가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지장애가 있는 그가 귀찮기도 했지만 흰자위를 많이 드러내고 흘기듯 쳐다보는 시선이 기분이 나쁘고 그가 싣고 온 박스를 손으로 힘겹게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외려 차량에 실려있는 박스나 고철들은 집게 장비를 이용해 집어 내리면 훨씬 수월한데 리어카는 장비를 쓸 수가 없어 한 장 한 장 일일이 손으로 내려야 한다. 야적장이 좁은 자원에선 그가 박스를 다 내릴 때까지 다른 차량들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리어카가 짜증스럽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가 내가 있는 이곳 T 고물상에만 오는 나름 이유가 있다.
마당이 좁은 C 고물상에서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후진하는 차량이 리어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후 론 그곳에 갈 수 가없다.
H 자원은 큰길을 건너가야 하는데 신호가 켜져도 신호 안에 횡단보도를 미처 다 건너지 못하다 보면 바뀐 신호에 달려오는 차량에 위협을 느꼈다.
G자원은 고물상 자체가 업 다운이 심한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박스를 실은 리어카로는 거리가 멀고 힘이든 곳에 있다.
E자원은 아예 문전 박대에 손사래를 치며 내쫓는 무서운 사장님이 있다.
내가 있는 이곳은 목이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단골과 뜨내기 상인들의 방문도 많았고 다른 자원들과 비교해 물건들을 쌓아놓을 큰 평수의 넓은 야적장까지 있어서 혼잡하지 않았다. 박스를 모아놓는 장소까지 가려면 높진 않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있어서 박스를 실은 리어카가 오르기엔 버겁긴 해도 오를만했다. 힘겹게 오르는 그가 안쓰러워 뛰어가 언덕을 넘을 때까지 밀어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지 일손이 바쁜 시간엔 다들 모른척했다. 그럴 땐 그는 오르막을 직선으로 오르지 않고 지그재그로 혼자 올랐다. 경험에서 터득한 요령이었다,
언덕을 오르는 중간쯤에서 뒤로 쏠린 박스가 쏟아지기가 일쑤다. 쏟아진 박스가 길을 막고 서있는 터라 직원들이 달려들어 박스를 주워야 했다.
오지 말라고 다그치고, 화를 내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대구 분이셨던 사장님은 그를 내치지 않았다. 다만 현장 상황이 바쁘지 않을 때 들어오라고 했다.
화물트럭에 압축 고철을 실어야 하는 상차 중일 때라든지, 물건을 팔러 온 상인 차량들이 여럿 들어와 복작일 때는 고물상 입구에서 박스가 실린 리어카를 세워 놓고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간식으로 먹다 남긴 빵이나 물, 음료를 챙겨주면 맛있게 먹었다.
어느 날 퇴근 무렵 사무실에 나이가 많은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계량영수증에 쓰인 번호를 보고 전화를 했노라면서.
"나 ***어멍이우다".
"아고 고맙수다! 막 불쌍한 아이우다.가불렌 허지 마랑 잘 봐 줍서"
그녀의 목소리는 애절했고 애처로웠다. 그동안의 살아온 시간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갓난아이의 눈 맞춤이 이상하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은 아이를 바라보며 앞으로 겪게 될 험난한 운명을 예견했으리라.
어미의 불안을 모르고 젖을 빠는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지었을 그녀의 아픔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사회의 놀림과 차별 속에서도 아이는 성장했고 성인이 되었지만, 언제까지 품에 끼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사지가 멀쩡하고 튼튼했다.
리어카를 마련하고 세상 밖으로 내몰았다.
그가 이겨내고 헤쳐나가야 내야 할 거친 세상이었다.
후미진 곳에서 불량배를 만나 돈 가방을 뺏겼다. 풀어놓은 개에게 물려오기도 했다. 사람들의 멸시와 무시를 당하며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고물상을 찾아다니며 리어카를 끌어야 했다.
모두 그가 이겨내야 할 몫이었다. 그렇지만 어미는 그의 편을 들어 박스 줍는 일을 그만두게 하거나 안쓰럽다고 집에 들여 앉히지 않았다.
어미라는 사람은 그가 벌어온 돈을 갈취하고 그 돈으로 쇼핑하며 호의호식한다는 독한 소문이 돌았으나
그런 헛소문 따위는 개념치 않았다.
빠~~앙! 빵빵! 대형차 크략션 소리가 거칠게 요란하다. 소리에도 감정이 있어 소리만 들어도 몹시 화가 나있다. 공업단지 골목 안이 트럭의 크략션 소리로만 꽉 차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일하던 사람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슬금슬금 요란한 소리를 보러 거리로 나가본다
그였다.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주차를 해놔서 교차가 안 되는 골목 안.
그가 길 중앙을 차지하고 박스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레미콘 트럭, 화물트럭,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줄을 지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비켜주지 않는 리어카 걸음에 맞춰 오느라 복창 터지는 소리였다.
그의 표정은 그 어떤 미동도 없이 제 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그가 세상을 이겨먹고 있었다.
그날 그가 입은 빨간색 면 티가 압권이었다.
등짝엔 "나를 따르라"어느 유명한 술 광고 카피가 쓰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