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에서의 단상

*당구*

by 이서안

직원들과 손님들이 커피도 마시며 잠시 쉴 수 있게 마련한 휴게실.

방금 전까지 누군가 시청하고 나간 듯 T.V 에선 프로 당구중계가 틀어져있다.

현란한 원색구슬들이 큐대에 맞아 사각의 틀 안에서 좌충우돌 굴러다닌다.

구슬들이 부딪힐 때 나는 경쾌한 소리와 매끄러운 질감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반사와 각도, 공의 회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게임이다.

당구를 칠 줄 모르는 나를 한참 동안 화면 앞에 서있게 한다.

큐대를 이용해 목적구를 맞히다가도 다음 공의 배치를 위해 적당한 힘을 남길 땐,

무조건 전력 질주하기보다는 다음의 스텝을 위해 에너지를 분배하는 중용의 모습도 보여준다.

구슬을 세게 때리면 목적구도 그만큼 강하게 튕겨나간다.

에너지를 보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결국 에너지의 크기와 방향에 비례한다.

내가 준 만큼 돌아오는 세상 이치다.

특히 테이블 벽을 3번 쳐서 목적구를 맞혀야 하는 쓰리쿠션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인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직접 가는 길이 막혔을 때 벽을 이용해 돌아가야 하 듯, 시련 앞에서 유연함과 창의성이 득점을 하게 한다.

결국 내가 만든 경로가 큐대에 맞아 떠나는 순간 결과는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때로는 정교한 계산보다는 부드러운 힘 조절이 득적으로 이어진다. 삶에서도 강한 의지보다 힘을 뺀 유연한 태도가 막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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