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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피디 Apr 18. 2023

빛의벙커_반고흐, 전라도식당, 덴드리감귤까페

MG 세대 딸램이들과 만들어 가는 일정들...

#제주한달살기_11일차

2021. 02. 04 목요일 맑음. 바람 중간


아이들과 함께 3일째 관광객 모드로 돌아서서 아이들이 짜놓은 스케즐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가만히 있자고 약속을 했다. 물론 운전대를 잡은 건 남편이라 조금씩 동선을 체크해 주고 있다.

아이들의 여행 계획은 우선, 1일 1맛집, 1까페는 필수고, 제주로 수학여행 왔을 때 들렸던 곳은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그래서 성산일출봉을 가더라도 근처에 가서 유채꽃 사진만 찍기, 섭지코지는 해안 도로만 달리기 ^^ 이런 것이다.

아휴... 이런 계획을 듣다보니 대한민국 수학여행 역시 획일화된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아이들에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오히려 제주도 유명지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세월호 아이들 생각에 가슴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두 아이가 재잘재잘 조잘조잘 좋아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먼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바다 위 뜨겁게 비추는 태양 빛이 오늘따라 더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오늘의 일정>

1. 성산일출봉 일대^^


두 아이 모두 수학여행 때 힘들게 올랐던 추억담에 빠졌다. 그래서 이미 짜놓은 아이들 계획대로 성산일충봉 근처 유채꽃 밭에 들려 사진만 찍었다. 많은 유채꽃 밭이 없어져서 사진 촬영을 하려면 1천원을 내고 들어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걸 오늘 알았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 할뿐... 다음에 아이들이 돌아가면 둘이 성산일출봉에 오르기로 마음 먹었다.

 

2. 전라도 식당


오늘 갈치조림을 먹을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갈치조림 좋아하는 작은 아이가 어렵게 찾아낸 식당인데.. 정식만 한다는 말에 살짝 실망했지만 막상 상차림을 보고 우리가족 네 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비쥬얼은 둘째치고 반찬이며 모든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깔끔한 식탁!! 맛깔쓰런 음식, 가성비도 높다. 다음에 갈치조림을 먹으러 한 번 가기로...

3. 빛의 벙커 : 반 고흐 전시


박운음 화백님의 추천으로 ‘빛의 벙커 : 반 고흐’ 전시를 관람했다.

말이 필요 없이 그냥 봐야 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다.


우선 벙커? 지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곳은 원래 국가 기반 통신망 운용을 위해 한국과 일본,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에 구축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상 900평에 철근 콘크리트 건축 구조물. 그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산자락처럼 보이게 해서 외부에서는 존재를 알 수 없도록 위장 했던 장소라고 한다.

정말 네비게이션 없으면 못찾아갈지도....^^

네이버에서 예매하면 10% 할인, 입구에서 종이 예매권으로 교환해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예약 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시작되는 시간일 뿐.. 몇 번이고 더 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두 번을 봤다. 한번은 감상, 한 번은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든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서로를 배려 했다.


2017년 작품 영화[러빙 빈센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반고흐의 작품과 일생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화인데 오늘 본 미디어 아트 전시가 그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지...^^


[프랑스의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관람객에게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람객은 수 십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싸여 거장의 작품과 음악에 몰입 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며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전시의 특징이다 - 사전정보 글 인용]


빈센트 고흐의 작품 뿐만 아니라 폴 고갱의 작품도 함께 있었다.

거장의 작품들이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로 다시 태어나 온 공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광경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비슷한 작품들을 2019년 용산에서 접하긴 했지만 내가 본 미디어 아트 중 최고다.

처음 공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감상을 하다가 메인 화면을 만났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관람객들이 바닥에 앉아 전체 화면을 바라보며 감상하고 있는 모습들도 장관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바닥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공간을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작품들과 교감했다.

작품 안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작품을 무대로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가 되어 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릴땐 미술관도 공연도 이따금 가곤 했는데.. 정말 오랜만이란 생각을 했다.

예술작품이 아이들의 감각을 깨어나게 한 모양이다. 이런 저런 작품들이나 응용을 해야 겠다며 둘째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말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라 더 감동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큰 아인 브이로그를 만들 생각에 영상으로 모든 걸 담아냈다.

아이들과 모처럼 좋은 작품을 관람했다. 추천해 주신 박운음 작가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


무조건 봐야 하는 전시다!!!

스포일러 관계로 조금만 공개~~

4. 덴드리 감귤 까페


귤 농장에 작고 이쁘게 만든 까페다. 둘째 아이가 찾아낸 곳.

맛난 귤차를 먹었다. 제주에 왔으니 감귤 까페는 꼭 가야 한다는 아이들이 적극 추천한 장소라 찾았다.

젊은 청년들이 주로 가는 감성 까페라 남편과 나는 그저 아이들이 사진 찍는 모습만 바라봤다. 감귤차가 새콤하고 달콤했다.

집에 갈 때 감귤 한 박스를 사가야 겠다. 가서 감귤 차를 담가 보리라 맘 먹었다.


저녁은 집으로 돌아와 조촐한 삼겹살 파티^^ 제주산 돼지고기 삼겹살은 쫄깃쫄깃하고 너무 맛있었다. 곁들인 한라산 소주^^ 제주에 왔으면 제주법대로^^ 오늘 제주산 삼겹살은 그냥 최고다!!!


아이들의 걈성걈성에 못 이기는 척 따라가는 입장에 되었지만, 오늘 하루는 행복했다.

내일이 기대 된다. 일정이 빡빡하다. 제주 살이 한 달 동안 일주일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참 흥미진진하다. 둘째 아이는 내일 일정에 친구가 아르바이트 하는 까페를 추가했다.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거다. ^^ 귀여워서 죽을 지경이다.

할머니가 주신 여행 경비에서 한 턱 쏠 시간이 내일이 될 듯^^

#제주한달살이_11차 #성산일출봉일대 #전라도식당 #빛의벙커_반고흐 #덴드리감귤까페

#제주산_삼겹살 #한라산소주 #1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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