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혼 시작의 알림 #12 술

by 홀로서기

몇 분 후 비상등 점등으로 도착함을 알 수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보았다. 가까이 주차하기 좋은 자리가 눈에 보였다. 얼른 다른 사람이 주차하기 전에 깔끔하게 주차하고 친구에게 걸어갔다.



친구는 내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었다.


“괜찮아 아무것이나 먹어도 된다.”


친구는 몇 번 가본 적 있는 고기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가 길래 그냥 따라갔다. 친구의 뒤를 따라 걸어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혼자 왜 왔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식당으로 들어왔다.


고기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 알아서 주문을 했다. 속으론 참 고맙기도 했다. 먹는 식성까지 기억하는 것 보면 친구는 친구다. 식당에서 기본적인 반찬으로 테이블을 채우고 친구는 내게 물었다.


“오늘 자고 가니?”


여기까지 오는 시간과 거리는 꽤나 멀었다. 마음과 몸은 솔직히 망가져 있었다. 밤에 긴 시간을 운전하여 가는 것이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친구에게


“자고 가야겠다.”


소주나 한잔 하자며 술을 시켰다. 친구는 술을 잘하는 편이지만 평소 나는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술을 못 먹는 것과 같다. 소주가 테이블에 놓이고 소주잔에 술을 적당히 부었다. 친구의 술잔에 소주를 부어 준 뒤 건배를 했다. 건배 내용은 없지만 이 먼 곳까지 온다고 수고했다며 서로 목으로 소주를 틀어넣었다.


주문한 고기가 테이블에 도착하고 화로에 숯도 들어가 있다. 이제는 고기를 구울 차례다. 친구는 고기를 구워 주겠다며 많이 먹으라 했다. 점점 나의 마음이 슬퍼졌다. 친구는 내가 말하기 전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 마음 한쪽이 찡했다. 배도 고프고 고기 구워가면서 한 점 한 점 입으로 넣었다.


두 번째 소주잔을 나의 입으로 넣어 보았다. 목을 넘어가는 순간 싸했다. 소주는 이런 맛과 기분으로 먹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주량은 소주 반 병이 한계치인데 이제 서서히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머리가 조금 띵하다고 할까? 술이 나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지 조금은 알딸딸했다.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오늘 갑자기 온 이유는 무엇인데 묻기 시작했다. 잠시 술에 취해 있기도 하고 머리가 멍하기도 하여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입에서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마음 한 구석에서 뭉클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혼 시작의 알림 #11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