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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작의 알림 #13 눈물

by 홀로서기

눈물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기분이 가득 차올라 처음으로 나의 입에서


“나 이혼했어.”


진짜 그 말과 동시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콧물까지 흘리며 소리도 구슬프게 ‘엉엉’ 거리며 울었다.


울고 있는 것은 나였다. 고개를 드니 친구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주변 식당 손님들도 나를 슬쩍 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이혼에 대해 다시금 이야기했다.


“친구야 전처가 이혼하자고 하면서 집을 나갔어.”


이 말을 하려고 대구에서 그 멀리 김포까지 달려간 나였다. 이혼이란 말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 인지 그때는 몰랐다. 제정신이 아니기에 술이 들어갔으니 말을 함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을 말했다. 속이 후련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었다.


정신 차리고 이혼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잘 들어준 것이 고마웠다. 이혼이란 말을 어딘가에 말하지 않으면 마음속이 폭발할 것 같았다. 친구가 잘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친구도 부모님의 이혼 경험 속에서 자라왔다.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혼 가정에서 자라온 친구와 이혼을 금방 하고 달려온 나. 어쩌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하게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친구를 만나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 마음은 그 순간 조금 편안해지기도 했다.

친구는 내게 어떤 말을 했는데 기억이 오래되어 흐릿하다. 아마 이 말을 한 걸로 기억한다.


집에 잘하는 네가 그런 말 하니 진짜 당황했고 마지막에


“잘하지.”


기억난다.


가장 맞는 말이며 해 줄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잘하지.”


이 한마디 말이지만 글을 쓰면서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잘했으면 이혼하지 않고 남들 사는 만큼 중간이라도 살고 있겠지 생각하게 된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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