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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작의 알림 #14 돈

by 홀로서기

친구는 이제 식당에서 나가자며


“밥은 내가 살 테니 많이 먹었어?”


“그래, 많이 잘 먹었어.”


식당 밖을 나와 친구 집으로 갔다. 친구는 그 당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어 집에 아무도 없었다. 방 한 칸을 내어주며 여기서 편히 쉬면서 자면 된다고 했다. 잠자리가 예민한 나는 아무 데서나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그날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밤을 무사히 그럭저럭 보냈다.


잠자기 전 친구에게 하고픈 말을 더 했다. 어떻게 보면 부탁하는 말이다. 말하는 나 자신이 미안했다. 하여서도 안 되는 것 알지만


“돈 50만 원 빌려줄래?”


참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했다. 자존감은 저 밑바닥에 있는 기분이다.


친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돈 줄 테니 대구 내려가거든 잘 살아야 하고 갚지 않아도 된다.”


그때 눈물이 나의 눈가에 촉촉하게 고여 있었다. 친구 앞에서 이제 더 이상 울지 못 했다.


마음속으로 ‘음’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친구는


“열쇠 어딘가에 둘 테니 잘 놔두고 대구 조심히 내려가라.”


자러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친구에게 더 이상 미안함을 줄 수 없었다. 잠자는 곳으로 향해 친구가 내어준 방으로 갔다. 방 불을 끄고 누워있지만 바로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은 방의 천장만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가로등 조명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내일은 어떻게 보내지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일어나 보니 친구는 출근하고 없었다. 집에 나 혼자 깨어나 있다. 잠귀가 밝은 나는 출근 소리를 작게나마 들은 것 같았다. 도저히 일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눈감고 다시금 잠을 살짝 더 잔 것 같다. 정신 차리고 세수하면서 거울 물방울을 손으로 닦은 후 모습을 바라보았다. 멍한 모습을 보니


‘이제 어떻게 살래?’


나 자신에게 꼭 묻는 표정이었다. 거울에 비친 내게 마음속으로 이야기했다.


얼굴 보며 눈을 본 뒤 코를 지나 밑에 있는 입까지 본 후 ‘가자’ 했다. 마음속으로 혼잣말 한 뒤 화장실에서 나온 후 떠날 준비를 했다.


친구에게 전화로


“친구야, 너무 고맙다. 돈 너무 감사하고 나중에 보자.”


마지막 말한 뒤 빌린 돈은 나중에 갚을게 생각과 함께 문을 잠그고 집을 나와 나의 차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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