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구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머릿속에서는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혼직전 그 당시 나만 알고 있으며 어느 누구에게 이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았고 동생들 역시 말하지 않은 상태이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며 입이 무거운 건지, 가족들에게 괜한 짐이 될까 싶기도 했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향으로 형제 중 애교나 표현이 부족한 장남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지키려고 판단했다. 차에 탑승 후 시동을 걸어 내비게이션에 대구라는 목적지를 입력했다.
핸들 잡고 앞 유리로 비치는 하늘을 한번 본 후 마음속으로 ‘자 이제 가자’ 말과 함께 출발했다.
친구 집에 오는 동안 그 당시 마음보다는 집으로 내려가는 마음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듯했다.
정리된 것도 아니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혹 하나 떼고 가는 정도였다. 김포를 출발하여 대구로 향해 길 위에 있는 마음은 어디에, 어디쯤에, 어느 곳에, 있어야 할지 모를 상태였다. 다시금 나와 마음속 대화하면서 차는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위 마음을 얹어 조용히 음악 들으며 막힘없이 가고 있었다. 마음은 아주 느리게 가는 것 같은데 차는 스스로 집을 찾아가듯이 가고 있다. 갈 수 있는 곳은 집뿐이란 것을 몸은 알고 있다.
사람은 신기하다. 꼭 무언가 일이 생겨 늘 머물던 곳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마음도 그렇지만 몸이 느끼는 것 같다. 긴 시간을 가는 동안 얼마나 입을 다물고 있는지, 멍한 생각에 잠기어 앞만 바라보며 핸들만 잡고 있다.
대구라는 글씨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운전하면 긴 시간 쉬지 않고 할 때도 많았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입력되어 마음속으로 이미 들어와 버린 지금. 규정 속도 지키며 운전하고 있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 멍해져 버렸다.
대구라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초조하고 답답했다. 어딘가 마음속에 구멍이 나 버린 상처를 약으로 처방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