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4년이지만 알아먹지 못하는 딸의 옹알이 단어와 티브이 보며 재롱부리는 모습, 부엌에서 밥 준비하던 모습들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밥이 제대로 넘어가는 것이 이상하다. 인간은 배가 고프면 밥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입속으로 한 숟가락씩 밀어 넣었다.
맛있게 먹는 것은 이제 당연히 없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혼자 먹는 것보다 여럿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먹어야 행복한 즐거움이다.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자리를 일어나 먹은 밥그릇은 싱크대에 물을 부어 놓은 뒤 나갈 준비를 했다.
‘어디로 가냐고?’
사업장에 가서 인생 최대의 또 다른 결정을 하러 가야 했다. 옷 입고 신발 신으며 거울에 보이는 모습을 슬쩍 보았다.
왜 얼굴을 본 것일까?
잘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 눈, 코, 입 등 각자 자기 위치에 잘 있는지 궁금하여 보았다.
이혼의 시작 길에 들어선 나의 얼굴, 친구 앞에서 다 큰 어른이 눈물 흘린 내 모습이 어떨까?
갑자기 궁금했다.
마음속으로 ‘ㅇㅇ아, 가자.’
대문을 닫고 차로 향해 걸어갔다. 1층 현관을 나와 하늘을 보니 참 고운 색이지만 아직까지 거기까지 볼 수 없었다. 하늘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없다. 늘 일에 매여 하루를 사람 피 마르듯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본인의 모습과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신기하다. 왠지 답답하거나 힘든 고통을 줄 때, 저 멀리 있는 것과 하늘의 흘러가는 구름을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사람은 옆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마음에 이렇게 고통을 주는 나 자신이 미울 뿐이다.
잠시 서서 하늘을 본 뒤 나의 차로 향했다. 리모컨으로 버튼을 누르면 노란색 비상등이 점등한다. 문을 열어 유일하게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차뿐이다. 시동 걸어 잠시 10초 정도 고요히 있었다. 기어를 움직이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마음 결정은 하늘 보며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