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는 참 잘 만든 음식으로 감탄하고 있으니 끼니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늦은 시간에 배도 고프고 라면 보글보글 끓이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하게 채웠다. 라면 특유의 냄새이며 거실 바닥 밥상 위에 라면 난비를 놓았다.
코로 이미 배를 채운 것 같지만 젓가락으로 휙휙 저은 뒤 ‘후’ 하며 입속에 라면을 넣었다.
어찌나 맛있는지 배도 고팠고 이혼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전달해야 하는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 낸 것이 나의 위가 정상 작동 했다.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는 것이 참 맛있다. 밥솥 시간을 보니 99란 숫자를 넘긴 후 몇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를 밥알이 바싹 말라 있었다.
밥알이 딱딱 굳어 바닥에 조금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마저도 먹겠다고 말라붙은 밥알 몇 개라도 떼 내려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딱했다. 혼자 남은 남자의 순간적인 이혼 상황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다. 국물에 말라붙은 밥을 넣어 숟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밥알을 뭉개어 라면국물에 있는 밥을 입안에 넣어다.
바로 ‘윽’ 했다.
왜냐면 딱딱하게 굳은 누룽지를 먹는 식감이랄까?
이대로 먹게 되면 치아가 망가지게 되었다. 숟가락을 바로 입에서 놓으며 남은 국물과 함께 싱크대에 부어 버렸다. 앞으로는 밥을 계속 먹어야 한다. 오래 두지 않을 만큼만 해야겠다는 한 가지 스스로 배웠다. 시간은 많이 흘러 잠잘 시간이었다. 현재 백수이기도 하며 내일 당장 출근할 곳이 없다.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마음은 편하게 있을 형편이 아니었다. 누워있어도 머릿속은 다른 생각들로 하여 나를 아직까지는 괴롭혔다.
언제쯤이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편히 잠잘 수 있을까?
바람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끄고 조용히 마음속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벽시계 소리만 크게 들리고 귀 옆에 맥박이 어찌나 크게 느껴지는지,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꿈나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