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로 버티기
여름은 늘 덥다. 매년 에어컨은 필수다. 이혼 시절 전처는 이사 나가며 에어컨을 가지고 가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모든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에어컨은 두고 갔다. 결혼 초기 신혼 때 에어컨을 샀었다.
돈이 없어 카드 12개월 할부로 사서 최근까지 잘 사용했다. 매년 여름 특히 대구는 더 덥다. 다른 곳도 더운 건 마찬가지다. 절약한다며 가장 더울 때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어컨 사용 횟수도 올해로 17년을 넘겼다. 딸 나이와 비슷하다. 최근 7월이 되어 너무 더웠다. 잠을 잘 자야 다음날 근무 하기엔 무리가 없다. 시원한 상태에서 안방 침대 누울 때가 참 행복하다. 인간이 누리는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다. 하루 종일 서서 모든 것을 한다. 다행히 잠은 누워 잔다. 얼마나 좋은지 생각해 보면 안다. 잘 자고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 이상 소음이 들렸다. 별생각 없이 그냥 잤다. 일어나 보니 찬바람이 이상했다.
우선 출근했다. 퇴근 후 작동해 보니 5분 뒤면 냉기가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생겼다. 가장 더운 날 어떻게 잠을 자야 할지. 부속교체가 된다면 좋겠지만 새로 사야 한다면 큰돈이 필요했다. 현재 매달 돈 관리 하며 살고 있다. 여유돈이 늘 부족한 상황이다. 적금과 대학원 등록금을 준비해야 한다. 서비스 신청 후 기사분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 보았지만 수리 불가였다. 새로 사야 한다. 돈 날아가는구나 생각이 먼저였다.
주말 에어컨 매장에 갔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17년 전 그 당시도 비싸서 장기 할부로 샀다. 지금은 그때보다 엄청 비싸졌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최고 저렴한 모델 6개월 할부로 샀다. 중요한 건 언제 설치될지다. 2주 소요된다는 말에 이제 죽었구나. 잠 편하게 자는 건 포기하게 된다. 지금도 아직 설치전이다. 밤 10시 넘겨 벽걸이 선풍기 하나로 거실 바닥에 잔다. 며칠 지나 사람은 적응하게 된다. 선풍기가 불어주는 미지근한 바람이라도 감사할 일이다.
더운 날씨 속에 자전거 출퇴근하며 선풍기 하나로 스트레칭하고 있다. 땀이 줄줄 흐른다. 밥 먹을 때도 끈적한 체온으로 식탁에서 밥 먹는다. 독서와 원고 퇴고 때도 참아가며 하고 있다. 이런 부하가 내겐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 삶은 늘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가끔씩 몸에 부하를 걸 때 뇌는 이겨내는 반응을 한다. 무더위 속 스스로 버티고 참는 것을 익히고 배운다. 에어컨 빨리 설치되어 찬 바람을 느끼고 싶다. 선풍기가 주는 것도 잠시지만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