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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한 남자 첫 병원 수술

보호자 있으세요

by 홀로서기

회사 일 하면서 왼발 칼로 깊게 베어 살이 벌어져 피가 흘렀다. 벌어진 살 손으로 잡으며 임시 소독약으로 처리한 뒤 동네 작은 병원을 갔다. 벌어진 틈새 속 내부가 보였다. 꿰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 병원 가서 작은 수술조차 해 본 적 없다. 운이 좋아 상처는 크지 않아 밴드와 연고로 처리했다. 이번엔 다르다. 회사 여기저기 내 피로 흘려 흔적을 남겼다. 비가 무척 오는 날 택시 타고 우선 동네 외과를 갔다.


택시를 타면서 팔 상태를 보았다. 임시 처리한 밴드 주변 시뻘건 피로 물들어 갔다. 택시 요금 계산 한다며 왼쪽 뒷주머니 지갑을 빼내기 위해 왼팔을 사용했다. 계산 후 팔을 보니 무언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내 피였다. 손으로 부위를 누르며 길 건너 병원으로 갔다. 병원 문을 열고 팔 상태를 본 간호사는 진료실로 데려갔다. 흐르는 피 닦는 동안 병원 원장님은 상처 부위를 보더니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했다. 단순 상처는 꿰맬 순 있어도 내부 상처가 났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시 붕대를 감아 병원 진료내역서를 가지고 큰 병원으로 갔다. 비도 엄청 내렸다. 응급실 들어가서 서류 접수 후 기다렸다. 병원에서 하는 절차에 따라 검사를 했다. 간단히 꿰맬 수 있길 바랐다. 결과는 수술해야 한다. 근육 손상이 되었다. 수술이란 말에 좀 놀라긴 했다. 아직 다쳐서 수술해 본 적 없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몇 시간 기다렸다. 언제 수술 순번이 될지 몰랐다.


오전 11시쯤 큰 병원 도착하여 오후 4시 되어 갑자기 수술합니다. 참 좋았다. 긴 시간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다. 수술침대에 누워 간호사님은 나를 수술층으로 옮겼다. 누워 있는 상태로 천정만 볼 수 있다. 수술실 입구에 들어와 좀 긴장되긴 했다. 수술내부로 들어와 부분 마취부터 했다. 왼쪽 겨드랑이 주삿바늘 꽂아 마취를 했다. 점점 왼팔 감각이 없어졌다. 수술실로 옮겨져 수술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다. 누워있어 무얼 하는지 모른다.


잠시뒤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했다. 감각이 없어 무얼 하는지 모른다. 1시간에 걸쳐 수술 끝냈다. 다시 응급실에 와서는 옷 갈아입고 마취 풀릴 동안 정식퇴원을 못 했다. 그동안 보호자 있으세요 말에 아니요. 마음이 이상했다. 입원하지 않고 통원을 선택했다. 왼팔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옷 입을 때 무척 힘들었다. 보호자 있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인근 김밥집에서 김밥 먹으며 지나는 자동차와 내리는 비를 보며 나 자신을 생각했다. 이러려고 열심히 산건가 단 한 명 올 사람이 없었다. 여러 명보다 한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다. 성공도 좋지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수술 후 4시간 지나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병원으로 가서 주사 맞고 약 받았다. 비용을 계산하고 늦은 시간 11시 되어서 집으로 왔다. 10시간 동안 병원에서 혼자 모든 걸 했다. 이 정도라 다행이었다.


하루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다시 미래가 보였다. 일한다며 나 자신의 위치를 다시 알게 되었다. 사는 이유가 보였다. 앞으로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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