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든 저렇든 내 집이 최고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건지 모르지만 그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을 때 더 나은 표현이다. 지금은 고요하며 나 홀로 있는 집일 뿐이다. 살짝 잠이 들었지만 몸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내일은 정상적인 수업의 시작으로 저녁시간이 다가오니 갑자기 내일 갈 곳이 존재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먹을거리를 찾아 냉장고를 열어 보아도 정리가 안 되어 무엇이 정상 반찬인지 몰랐다. 딱 한 가지 김치하나만 알았다. 나머지 반찬들은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몰라 먹을 엄두도 못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참에 정리할 겸 냉장고 모든 반찬통을 꺼내어 거실에 진열하듯 한 줄로 세워 하나씩 확인했다.
대부분 버릴 것으로 판단해 비닐봉지에 모든 음식들은 다 버렸다. 반찬통들은 전부 싱크대에 놓은 뒤 물에 담 그었다. 빈자리 냉장고 내부는 얼마나 삶의 흔적이 많았는지 먼지와 오물 등으로 얼룩이 묻어 지저분했다. 전처는 정리 안 할 사람은 아니다.
아이 키운다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여 그러리라 생각되었다. 물티슈로 위 선반부터 아래 서랍 속까지 끄집어낸 뒤 하나씩 구석구석 닦아냈다. 문짝의 수납함도 깨끗하게 닦은 다음 냉장고 내부 벽면을 다 닦은 후 선반을 하나씩 닦았다.
자기 자리에 하나씩 끼워 넣은 다음 이제는 빈자리를 채워야 하지만 김치 하나뿐이다. 먼저 김치 통 여는 순간 ‘윽’ 했다. 새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신 김치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라 어떻게 할까?
그냥 음식물 비닐에 버렸다. 냉장실 문을 다시 열어 보니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재밌는 것은 황당하게도 내부가 이렇게 텅 빌 수 있을까?
갑자기 멍한 웃음이 생겼다. 지금 당장 우선은 비워두기로 하고 냉장실 문을 닫았다. 이제는 냉동실 문을 열었다. 구석구석 비닐 팩 음식물과 나도 모르는 검정 비닐의 내용물은 꽁꽁 얼려있어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은 쓰레기 비닐봉지에 하나씩 버렸다. 정리하고 나니 여기도 텅 빈 곳으로 되어 버렸다.
이렇게 깨끗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