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멍한 표정으로 나를 웃게 했다. 냉동실도 물티슈로 내부와 선반 등을 깨끗하게 닦았다. 정리한 후 문 닫고 다시 냉동실 문을 열어 보니 밝은 불빛으로 내부를 훤히 비추었다. 마음속으로 깨끗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빈 곳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집에 쌀은 있어 밥 하면 되고 어릴 적 일반 밥솥으로 해 본 적 있다. 지금 밥솥으로 해 본적은 한번 도 없다. 혼자 해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종이에 써 보았다. 계란, 냉동만두, 동그랑땡, 참치, 김, 라면 등 진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요리라고 할 수 없었다. 늘 부모님이 차려준 밥과 전처가 해준 음식을 먹다 보니 요리하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끼니만 굶지 말자하여 쓴 메모지를 들고 슈퍼로 갔다. 주머니에는 먹고 싶은 만큼의 돈도 없고 절약할 수밖에 없었다. 슈퍼에 도착하여 얼마 만에 온 것이 아닌 혼자 온 것은 처음이다.
늘 가족과 함께 슈퍼를 같이 다녔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어렵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사기 위해 이곳 저것을 찾아다녔다. 늘 자주 오던 곳으로 물건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 알고 있다. 물건을 잡으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가격이었다.
호주머니에는 너무 빠듯하여 싼 것만 고를 수밖에 없었다.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필요한 것만 사서 계산대로 걸어갔다. 계산대 앞 나이가 많은 한 분이 계셨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비닐봉지에는 라면과 소주 1병이 담긴 것을 본 후 순간 다른 생각이 났다.
돈이 필요하지만 나 역시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마도 그분은 혼자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돈은 필요하다.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녁으로 라면이 가장 쉬운 음식이다.
소주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며 잠재우기에는 최고의 수면제이다. 다시금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은 혼자이고 돈도 없고 직업도 아직 불안한 상황이다. 끼니를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