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새로운 직업의 시작 #10 밥 하기

by 김은한

시간이 흘러 일할 수 없는 그때가 되어도 조금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는 동안 내 순서가 되어 계산했다. 물건 찍을 때마다 소리 내며 돈의 금액이 올라갔다. 합계 금액을 보니 마음 아팠다. 아껴야 한다는 생각과 다음 달에 들어올 돈이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이 앞섰다. 보기보다 어떻게 되겠지 낙천적인 성격이 아닌 돈 생각을 늘 하는 편이다. 이혼을 만든 것도 나의 이런 부분이 크다. 전처에게 들은 말로는 나의 어머니께서 그런 편이라 했다. 장남이고 그런 것을 보고 들으며 자랐고 나 스스로는 모른다.


전처는 결혼생활로 직접 같이 살아 보니 더 현실 직감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계산한 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색 비닐봉지 내용물을 한번 눈으로 대충 확인 후 도로 길거리를 걸었다. 저 멀리 있는 내 집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혼자 슈퍼에 와서 물건을 샀다.


앞으로 혼자 얼마나 많은 시간으로 생계를 위해 들락거릴지 알 수 없다. 좀 전 슈퍼에서 연세 많은 분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집에 도착 후 비닐봉지 내용물을 거실 바닥에 끄집어내었다. 할 수 있는 것 중 간단하고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료이다.


다른 반찬은 다른 가게를 가야 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계란, 김, 참치, 햄 등 흔한 재료였다. 어릴 적 혼자 즐겨 먹었다. 다시 그때 시간의 음식을 이혼으로 맛보게 되었다. 냉장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채워져 휑한 것은 사라졌다.


냉동실에는 동그랑땡, 만두를 넣은 뒤 더 이상 넣을 것이 없었다. 지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전부였다. 물은 직접 끓여 먹어야 했다. 주전자를 씻어 두었고 쌀은 조금 남아 있었다. 이제는 밥을 해야 했다. 혼자 먹을 양만 필요했다. 쌀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 양을 조절해야 했다. 어릴 적 밥솥에 밥을 몇 번 했다. 손등 선까지만 알고 있다. 밥솥을 바닥에 놓고 흰 컵에 쌀을 가득 담아 두 컵 정도 넣어 몇 번 씻은 후 물 양을 조절했다. 손을 밥솥 속으로 넣은 후 손등까지 물이 찰랑거리게 했다. 이 밥솥 사용은 처음이다. 과거 고등학교 때 사용하던 밥솥과 다르지만 물 양을 똑같이 적용했다.


마음속으로 ‘에이 모르겠다.’ 일단 우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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