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새로운 직업의 시작 #14 설거지

by 김은한

이혼직후 정신없는 상황에 돈까지 애를 먹인다. 이건 미친것인지 별의별 생각을 했다. 고개 돌려 밥상 위와 싱크대를 보니 한숨 섞인 마음이 생겼다. 다름 아닌 설거지였다. 결혼생활 4년 동안 경험했다. 설거지와 애기 젖병 씻는 것은 가끔 도와주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먹은 것은 내가 다 치우고 청소까지 해야 한다. 이제는 알게 되었다. 일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닌 집에 손을 떼는 순간 엉망이고 쓰레기 속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 할 때 조금씩 집안일을 도와주었다. 한참 아기에게 손이 많이 갈 때이다.


서로 적당히 치우고 살았다. 이제는 작은 것 하나까지 내가 다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까지 스스로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일어나야지’


머리에서 말한다. 저녁 먹은 후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때 나의 몸무게는 83kg이었다. 몸 움직이는 것이 정말 힘들다. 이혼 직전까지 집에서 밥을 먹은 후에는 바닥에 떡 달라붙어 이리저리 굴러 다녔다. 여름 날씨를 더욱 싫어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많이 흘렸다.


결혼 전에는 체중이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다. 결혼하면서 먹는 짝이 생겨 저녁 후 티브이 보며 치킨 먹는 것을 즐겼다. 술은 좋아하지 않았고 꼭 살찌기 좋은 양념치킨을 시켜 먹었다. 살이 포동포동 찔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사업하면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게 된 것을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몸을 일으킨 후 싱크대를 향해 겨우 움직였다. 배가 많이 불러온 상태로 몸을 숙여 밥상 위에 놓인 반찬그릇과 식사 때 사용했던 그릇을 전부다 싱크대에 넣었다. 물을 부어 놓은 뒤 행주에 물을 적셔 밥상 위를 여러 번 닦은 후 다리 접은 뒤 한쪽 벽에 세워두었다.


가스레인지 위 프라이팬을 씻어야 했다. 식용유 기름이 팬 바닥에 고여 있었다. 싱크대 음식물 배수구로 부은 뒤 물을 가득 부어 놓았다. 이게 웬걸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아 기름이 둥둥 뜨게 되었다.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두었다.


요리로 사용한 팬이 가스레인지 여기저기 기름방울을 만들어 놓았다. 벽면에도 반들거리게 묻어 있었다. 휴지를 풀어 가스레인지 위부터 닦은 뒤 그다음 벽에 묻은 기름을 닦았다. 기름요리 후 이렇게 정리할 일이 많은지 이때 깨달았다.


다음에는 조금만 하든지 아니면 방법을 바꾸든지 감당이 안 되었다. 먹은 것을 내가 치워야 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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