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새로운 직업의 시작 #15 마음

by 김은한

고무장갑이 있지만 그냥 맨손으로 수세미에 세재를 묻혀 물과 함께 거품을 만들어 밥그릇부터 하나씩 기름제거하며 문질렀다. 그렇게 다 문 질 때쯤 프라이팬에 사용할 거품이 모자라 손에 기름이 그대로 묻었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찝찝했다.


세재를 더 넣어 기름 제거하기 위해 빡빡 문질렀다. 세재를 먹을지라도 일단 씻기로 했다. 최대한 거품으로 목욕시킨 뒤 이제는 물로 하나씩 손으로 뽀드득할 때까지 씻었다. 그나마 수저나 그릇은 여러 번 미지근한 물에 씻었다. 만족할 정도였다.


프라이팬 씻을 순서로 여러 번 하여도 기름이 지워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최대한 흐르는 물에 수세미를 써서 씻었다. 설거지와 전쟁을 치른 후 거실 바닥에 퍼졌다. 설거지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결혼 생활 때 가끔씩 할 때는 몰랐다.


이제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여 그런지 한숨이 나왔다. 먹기는 먹어야 하고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우선은 뒷손이 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짓수를 조금 줄여 간단히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을 정리 후 욕실로 씻으러 들어갔다. 먹고 요리까지 하니 몸이 집집 했다. 결혼 생활 때는 늘 먼저 씻은 후 밥을 먹었다. 그때처럼 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깨끗하게 씻었다. 선풍기에 머리 말리며 가만히 있었다. 잠이 올 듯 말 듯했다. 밥도 먹었겠다.


배도 부르고 거기다 씻은 뒤라 몸이 나른했다. 지금 잠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고 어떻게든 버티었다. 눈에 힘을 주고 있는 동안 내 전화기에서 소리가 났다. 팔을 뻗어 가까이서 화면을 보니 어머니였다. 아마 이혼했다는 이야기한 후 그 뒤 서로 전화도 하지 않으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아들이 걱정되었는지 먼저 전화를 했다.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다.

전화기 화면을 보며 받으면 어떻게 하지, 무엇이라고 말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1초 동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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