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결하고 싶은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 클라우드나인
몰입되었다.
책이 상당히 빨리 읽히고 머릿속에도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랩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학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박사 고년차, 박사를 졸업한 사람, 그리고 지도교수의 입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추가로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개별연구, 연구직 인턴, 로봇 개발자로 일했던 경험과
대학원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의 얘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얘기등을
책에서 알게 된 내용과 합쳐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정리하고 공략해야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정리해야 될 것 중에 1순위가 바로 대학원과 회사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내 나름대로 느낀 두 그룹의 공통된 본질을 이 책에서 알게 된 파인만 알고리즘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Murry Gell-mann이라는 동료 물리학자가 우스갯소리로 한 내용이라 한다.)
1. 문제를 쓴다 Write down the problem.
2. 진짜 열심히 생각한다 Think real hard.
3. 답을 쓴다 Write down the solution.
내 나름대로 대학원과 회사를 비교하며 적어 보았다.
1. 대학원에서는 인류의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좋은 연구 주제인 "좋은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좋은 아이템(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찾은 문제들의 종류에 따라 연구실은 "분야"로 크게 나뉠 수 있고, 회사는 "시장"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
2. 대학원에서는 "좋은 문제"를 찾으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가설들을 생각하고 시도해서 결과를 확인한다. 실패도 하고 중간에 다른 연구실에서 먼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계속 도전하여 괜찮은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낸다. 회사에서는 "좋은 아이템"을 찾으면 해당 아이템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들과 시장에 내보내 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확인한다. 실패도 하고 때로는 다른 회사에서 더 빠르게 아이템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 도전하여 괜찮은 해결 방법으로 아이템을 구현해 낸다. 많은 경우 대학원에서 제시한 "좋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회사에서 제시한 "좋은 아이템"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3. 최종적으로 대학원에서는 "논문"이라는 형태로 다른 연구자들의 평가를 받고 저널에 실리며 인정받는다. 회사에서는 "상품"이라는 형태로 시장에 나와 소비자의 평가를 받아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렇게 적어 놓고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들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많은 과정이 누군가 만들어놓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근 미래에 대학원에 가서 석사 과정부터 시작하든, 회사에 가서 신입 사원으로 시작하든 다시 그곳의 문제에 따라 진짜 열심히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충분한 연습을 거치야 좋은 문제를 찾을 수 있고 찾은 이후에도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큰 틀을 알게 되었으니 전략을 세우기 전 먼저 점검을 진행한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지냈기에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 본다.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환경을 지키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스스로는 이를 북극성이라고 자부하고 어떤 수업을 들을 때에도, 취미 활동을 할 때에도 종종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환경과 연관 지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했다. 그렇게 추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지금 당장 가장 가깝게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환경과 가까운 일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골랐다. 첫 번째는 학교와 연계한 인턴 기회였다. 중공업 연구소에서 진행되었고 다른 지원 리스트 중에서 환경과 그나마 제일 가까웠다. 당시에 내가 맡았던 일은 선박의 운행 정보에 따라서 연료의 온도, 압력, 부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선박의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어 탄소 감축에 도전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델의 성능이 사용할 정도로 좋지 않아 실제로 적용하여 탄소 감축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다음으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 부딪혀 보았다. 환경 중에서도 수상 환경을 타깃으로 잡아 보았다. 그때 마침 석촌호수의 수질을 정화했다는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고 나는 축소판으로 학교 연못을 정화해 보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여름이 되면 녹조가 연못을 뒤덮으며 물고기들이 숨을 겨우 쉬러 나오고 미관상 가꾸는 연못이 지저분하게 변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반년 정도 학교 수업을 들으며 따로 녹조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다가 혼자의 힘으로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연구실과 회사를 찾아보다가 나의 목적과 비슷한 회사를 찾아 지원하였고, 그렇게 약 1년간 녹조 제거 로봇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녹조를 제거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당시에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안정적인 수상 자율 주행 기능을 만드는 것이었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운행이 되어야 이후에 이런저런 기술을 합칠 수 있으니 해당 기술 개발에 집중하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나서 목적지만 전달하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녹조 제거와 학교 연못 정화 방법을 동시에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현재, 학교에 복학하기 이전 이제는 어떤 목표와 전략으로 나아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연못 정화에 집중을 해야 되는 것일지, 아니면 수상 환경이 아닌 다른 분야의 환경을 찾아봐야 될지, 자율 주행 기술을 더 파헤쳐볼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아직 명쾌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마음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법!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보았다.
1. 평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정리한다. 배우고 읽고 만드는 것들을 나만의 표현으로 정리한다.
2. 내 능력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문제를 역으로 찾아본다.
3. 해당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연구실이나 회사가 있는지 알아보며 성장하고 싶은 공간을 찾는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를 적은 것 같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서 수도 없이 들었던 내용이고 이해가 안 되는 것들도 아니다. 그런데 이걸 스스로 느끼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적어도 나의 생각이 바뀌기 전까지는, 이 전략을 믿고 나아가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