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대화 후에 마음이 답답하지 않네
예전엔 그랬다. 불편한 대화, 대화하기 힘든 분과 대화를 하고 나면 항상 할 말을 다하지 못해 가슴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100% 찜찜함을 안고 곱씹고 또 씹었다. 이것이 나를 과거에 머무르게 하는 나와의 내면의 대화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충분히 상대에 전달하지도 못했고, 상대가 반박하고 공격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껴도 그냥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나를 지킬 힘이 없고 방법도 몰라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인지도 몰라하고 나를 위안하곤 했다.
나를 지킨다. 나를 설명한다. 내가 가진 의도를 알리고 상대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말 너머에 진심은 무엇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를 하는 대화가 될 수 있고, 혹은 공감도 해 줄 수 있다. 아직은 공감해 주고 내가 요구하는 바를 부탁하는 수준까지는 못 되지만 최근 대화를 하면 항상 곤란한 감점을 많이 느꼈던 상대와 대화를 하고 난 후 답답하지 않았다.
나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했나? 이상하게 시원하네
첫 번째 어려운 대화는 시어머님과 대화였다. 어른이고 내가 말을 조심하게 해야 하는 상대이다. 그리고 항상 예의를 갖추어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남편이 화내는 이유를 공감하고 나니 남편을 나무라신 어머님께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나는 어머님은 혹여 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더라도 일단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내가 보기엔 올바르지 않은 것 같구나'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대놓고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해서 넌 잘못이다. "라고 하셔서 나도 어머님께 조금 실망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정말 연세 앞에 모두 유죄였다. 이젠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으시고, 자신의 생각이 옳고 아들은 잘못이고, 이젠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여기까지 대화가 흘러오자 나는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가 없겠다 싶어, 그냥 접었다. 어머님이 많이 속상하시나 봐요.라고 마무리를 하면서 대화를 맺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내가 느끼는 것, 내가 실망한 부분을 전달했다. 그분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 아들의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신다면 어머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나의 생각도 있는 것이니까. 이건 싸우자고 하는 건 아니다. 생각이 다르고, 그분의 판단 또한 잘못되었을 수 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해서 뒤에 찜찜하게 남은 건 없다. 시원하다.
두 번째 어려운 대화는 직계가족과 대화다. 손 아래 직계가족은 대화를 할 때 내가 항상 불편함을 느낀다. 엄마의 치매상태가 나날이 나빠지는 것 같아서, 이사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요양병원을 알아놓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미혼인 직계가족은 남은 가족이 엄마뿐이라 엄마를 끔찍하게 소중히 여긴다. 솔직히 나는 그 만큼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상황이 자꾸 안 좋아지니, 요양병원을 알아봐 두는 것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을 나한테 할 건 아니지."
??????????
과연 무슨 의미일까? 이건 수능문제만큼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최대한 그녀를 이해하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 상황에서 병원까지 알아보는 것은 시기도 그렇고 너무 힘이 든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까?
"그렇기도 하고, 정말 엄마에게 병원이 필요하면 사람을 고용하던 어떤 방법으로 엄마를 돌 볼 방법을 찾으려고 해."
"그래, 나는 네가 많이 힘이 들까 봐 병원을 제안한 건데, 너에게 그런 생각이 있는지도 처음 듣네. 그래서 말을 해본 건데, 그 말은 너에게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지난번에도 병원얘기를 해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얘기는 나한테 할 얘기가 아니지."
"그래? 그럼 네가 뭔데?"
" 헛웃음......."
그녀에게 엄마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고 붙잡을 끈 같은 존재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병원얘기를 꺼냈을 때 아직은 아니라 했지, 병원에는 보내지 않겠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말은 나한테 하면 안 되지'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알쏭달쏭 버튼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얘기를 나한테 말하면 안 되지'가 한 가지다. 도대체 넌 뭔데 나는 어떤 말도 너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안 되니? 그럼 내가 마음이 이런데 좀 불편하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어떤 종류의 얘기는 자신한테 해도 되고 또 어떤 류의 이야기는 하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이 그런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병원 얘기는 듣기가 힘이 들고, 혹여 그 상황이 된다 해도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을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건 화법의 문제이지."
"아 악ㄱㄱㄱㄱㄱㄱ, 그 화법이 지금 무슨 상관인데????????(고성, 발악)"
"그래, 이런 대화가 힘들다면 여기까지 하자. 끊자."
여기까지가 최대로 복기한 나와 그녀의 대화였다. 그녀의 상황이 힘이 드는 것을 안다. 그래서 병원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녀가 병원에는 1도 생각이 없음은 한 번도 들을 적이 없다. 본인은 그러한 상황이라 말을 해 주던지, 그 말을 들으니 불편하다고 표현을 하던지.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칭 대한민국 제일가는 세련의 절정인 곳에서 일하시는 분의 화법은 그 세련됨만큼을 못 따라가는 것인가. 본인 입으로 세련되게 말하는 못 하는 나를 나무랐던 적이 있음을 기억이나 할까.
나는 40년간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어떤 말은 너한테 하면 되고 어떤 말은 하면 안 되냐
어디 높으신 양반이라?
그렇다 해도 내가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변비 후에 화장실을 시원하게 간 느낌이다. 할 말 다 한 것 같다. 아주 시원하다. 물론 그녀의 의도가 나에게 해야 할 말과 아닌 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게 아니라 해도 나에겐 그렇게 들린다. 당신에겐 어떻게 들리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