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네

내 평생 처음 들어본 말

by Min kyung

사십몇 년 살면서 처음 해 보는 일을 하고 있다. 큰 아이가 대학 갈 준비를 한다. 고3 엄마도 처음이고, 원서를 꾸리는 일도 처음이다. 처음 하는 일에 죄다 엉망인 것 같지만 아이에겐 중요한 일이라 엄마인 내가 준비해 줘야 하는 일이 꽤나 있다.


국내애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녔던 학교에서 재학을 했다는 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이 필요하고 이 지역 공관의 확인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볼 때 큰 혜택을 받는 것 같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고...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공관에 가면 항상 주눅이 든다. 너무 오래 집에서 살림만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왜인가. 필요한 서류들은 구비하지 않아 당연히 서류 접수도 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공관 홈피도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갔을까. 접수받는 분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넓은 범위의 공관 업무 중에서 지금은 원서 확인 시즌이라 아마 더욱 황당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데,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른다. 나에게 싹수없네라고 낮게 읊조린 그 양반도 많은 아줌마들을 겪어서 그런 말이 나왔을 테지만, 나도 처음이다. 두 번 할 때는 더 노련하게 잘할 수 있겠지. 홈페이지에 한 장마다 확인이 들어갈 시 비용이 청구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스테이플러 하나로 묶이는 것마다 돈이 든다고 하니, 나는 너무나 문자에 매인 사람인가.


평소 같으면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만에 갔더니, 내 앞에 기다리는 민원인은 20명도 넘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30분 아니면 그 이상 창구하나를 전세 낸 아줌마 덕에 시간은 자꾸 밀리고, 도대체 나는 오전에만 접수받는 공관의 타임쥬칙안에 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1시간 반을 기다려 내 차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 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은 제쳐둘 만큼 인격은 안되고, 거기다 청력은 겁나 좋아서 한참 실랑이 후에 낮게 싹수없다는 말을 듣고 말았다. 기분이 나쁘고 아니 고의 분별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서 그 인간이 그 말을 뱉었다는 확신만 안고 돌아섰다. 그러든지 말든지.


그런데 말이죠, 진짜 몰라서 그래요.

내가 잘 모른다며 도움을 구했던 어느 누구도 서류 준비해서 공관을 가기 전에 구비서류는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가라는 말은 안 하더군요. 기본이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기본이 없는 사람일 수 도 있고요.

제발 모르는 것 같으면 화내지 말고, 네가 선택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고요,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해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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