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해된다.
MBTI 성격검사가 한동안 유행이었다. 너도 나도 8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나누고, 규정지어 버릴 태세를 하였다. 고전적으로는 혈액형, 별자리에서 시작해 방대한 양의 통계인 사주까지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를 알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나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가족 간의 갈등을 아직도 풀지 못했다. 태어난 것조차 맘에 들지 않았던 동생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생은 F형- 감정형, 나는 T형- 사고형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존재자체가 싫었던 듯하다. 신기한 것은 이제 이해가 된다. 그래서 김 빠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를 나의 미움에서 놓아주기로 했다. 마트에서 파는 1+1 개념으로 엄마도 그 이해의 주머니에 넣기로 했다. 그들은 같은 종족이니까.
F형들은 감정이 주요한 원동력이 되어 행동을 결정한다. 한 사건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에 따라 적합한 대응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태어나면서 T형이었기 때문에 F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는 없다. 내가 이해한 만큼 최선을 다해 이해해보려고 한 것이 여기까지다.
사업이라면 사업인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 그중 사고형 처럼보였지만 감정형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었다.
A는 감정형: 남편이 외국에 발령을 받아서 3개월 부부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그녀의 고민은 해외인 이곳에서 벌인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1년 후 아들이 한국으로 대학을 가고 난 뒤 그녀의 거취는 어떻게 해야 할까이다.
B도 감정형: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이자, 감정으로도 많이 의지가 되었던 A를 보내고 난 후, 자신의 상실감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차마 그것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조차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감정이 어떤 것이 정확히 알지 못했다.
C는 사고형: 직급상으로 따지면 A가 부재할 시 C가 리더가 되어할 자신도 있고, 밀어주면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나머지 몇 명은 모두 사고형, 나를 포함 3명.
대화의 내용은 이랬다. A가 최초로 아마도 1년 후엔 사업을 접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겠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이라 직접들은 B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리고 C를 비롯한 나머지 사고형들의 반응은 " 그럼 여기 이렇게 벌인 사업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 1년 후의 결정인데요." 등등 감정선을 바사삭 깨는 비공감인이 되었다. 감정이 아주 슬픔으로 가득 찼던 이들은 분노에 이른다.
사실 A는 B가 자신이 떠날 것이라는 말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을 정을 주었던 다른 동료에 개도 떠나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이 정상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하는 사고형들이 늑대처럼 득실댔다. 그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이때껏 관심을 가져주고, 마음을 써 주었나." 감정형 그녀가 실망했다고 한다.
사고형인 나는 그녀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았으면서, 통보와 가까운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겠다고 하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가. 감정형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말하지 않고, 알려주지 않는데 어떻게 알까?
그럼 그들이 생각하듯이 다른 사람이 그들의 감정과 일치하기를 원하기만 할 뿐 사고형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배려도 없으면서 바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
감정형인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의 경우 부모, 직장에서는 윗 직급에 있을 경우 그들과 같이 느껴야만 옳다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엄마와 동생의 관계를 볼 때 아무 생각도 없는 감정형 엄마가 자신이 감정을 호소했을 때 엄마의 바람대로 같이 느껴주고, 엄마의 바람대로 움직여주는 동생을 평생 타깃으로 잡았다고 본다. 그 두 사람은 나를 또 이상한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위의 사건을 계기로 동생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어서 사실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그 시점이 두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끊어 날려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시점과 비슷하다. 그럼 그들이 원하는 대로 덮어놓고 너네를 이해한다고 해 주면 될 것이 아닌가. 그것이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아마 그들도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자 이것저것 지랄발광을 하는 과정이 귀찮고 싫었을 것이다. 질문을 싫어하는 이들이니까. 그래서 내가 마음만 접으면 될 것을 왜 저러고 있나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도 엄마도 동생도 엄마가 환자가 되고 난 마당에 무엇이 중요하냐고 나에게 따져 물은 적이 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사실관계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나는 두루뭉술하고 덮어놓고 옳은 것, 지금 이 상황에서 옳은 것이라는 단어가 너무 싫었다. 역겨웠다. 공감을 받고자 감정이 중요한 그들은 정작 남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꼴이니까.
이제 속 시원하게 알겠다. 그러면 나도 미련 없이 등 돌릴 수 있다. 애초에 다른 속성의 인간으로 나왔다면 이해할 노력도 아까운데, 이제 모든 걸 알고 보니 속이 시원하지, 며칠 전까지도 마음이 지옥이었다.
이젠 마음이 편하다. 시원한 기분이다. 그리고 평화롭다. 그리고 성향이 맞는 두 사람이 백년해로 하길 바란다. 처음부터 나도 거기 끼워주길 바랬던 마음은 갖지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