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영역은 좀 지켜주자

잘하려고 애쓰고 있지 않나, 그럼 다른 사람도 잘하려고 하는 거다

by Min kyung

어린 시절부터 좁아터진 집을 같이 사용하던 시스터가 한 명 있었다. 남의 얘기하듯 해서 뭔 소리여? 할 수 도 있겠지만, 친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친하지 않다. 친할 수 없었다. 온 유년기가 그랬던 건 아닌데, 예민한 시기에 엄마, 시스터, 나는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고는 없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그때를 암흑기라 기억한다.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개인의 영역이 필요하다. 나 말고 다른 인간과 거리를 두어야 안전을 느끼는 그런 거리가 있다.


나 외에 다른 가족들은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을 싫어했다. 가족이라면 아주 가까워도 된다나 뭐라나. 그래서 간섭도 강요도심했 다. 나는 더욱 히스테릭 해 졌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단단해 졌다. 저건 왜 저러나는 반응을 받을 때는 진짜 나는 왜 이럴까를 의심해 보기도 했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르쳐 준 대로 하고 있었는데 아주 처음 듣는 말로 다그치면서 왜 그따위로 하고 있냐고 하는 말을 들을 때 아주 충격을 제대로 받는다.


자신들이 지시 혹은 알려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아니면 그땐 그렇고 지금은 아닌 건 지 잘 모르겠다. 아님 맘이 바뀌었나.



한 번은 엄마의 치매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이사 갈 지역에 요양병원이라도 알아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병원 얘기를 이때 두 번째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저번에도 그러더구만, 병원은 왜 자꾸 보내라고 하는 거야? 나는 엄마가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병원을 보낼 생각이 없다."


오케이, 알았다. 나는 엄마가 상태가 나빠지면 아무래도 더 가까이 있는 자식이 힘들어질까, 너 걱정을 해 준 것뿐인데, 너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접수하겠다. 그러나 너의 생각이 어떤 지는 공유를 하자. 내가 너 머릿속에 들어가 정보를 꺼내 올 수는 없지 않은가. 제발 너의 머릿속까지 내가 읽어달라고 하지는 말아 줄래.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은 다하는 인간이란다. "저번에도 그러더구먼" 이 말은 내가 1회 때 병원을 말했을 때, 너는 이미 다른 의견으로 듣고 있었다는 의미잖아. 제발, 너의 머릿속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우리 같은 맥락 속에 있어보자.


또 한 번은 며칠 전 일이다. 한국 내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물건을 받으려면 비행기로 물류를 운반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EMS로 받을 경우 세금폭탄을 맞기도 하는 나라에서 이런 업체를 많이들 이용한다. 오래 거래 한 업체가 있고 순조롭게 이용 중이다.


정황은 이러하다: 2년 전 업체에서 요구한 사항에 따라, 받는 사람을 ** 항공 홍길동 (** 1234-현지 전화번호 뒷자리)로 표기한다. 지금까지 그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어떤 큰 업체에서는 받는 사람이름을 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배송 온 물류에 이름이 없다. 이러면 보류가 된다. 그러니 주소 맨 뒤에 받는 사람 이름과 **항공 홍길동(**1234)라고 다시 기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메시지를 보자, 예전에 지시받은 내용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2년 전 걸 캡처해 보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땐 그렇게 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부탁받은 대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살짝 톤이 바뀐다. 뒤에 말한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누구에게?????


분명 보류가 될 수 도 있다는 위협은 불편을 받을 수 도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연락이 오기 전까지 내가 보류에 대한 어떤 재촉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보류를 먼저 언급한다고? 그러면서 한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어떤 업체에서 받는 사람을 지워버리니 누군지 알 수 없어 불편하고 힘들다는 대화를 했을 수 도 있을 가능성.



글로 하는 대화가 얼마나 더 수고로운 지 아는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그래 그것도 방법을 몰라서 말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거야. 여기서 포인트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대가 힘들 수도 있으니,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해 주었다. 그러면 상대도 상대 너만 애쓰는 것이 아니고 나도 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있음을 상대가 뭉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 나는 좌절을 느낀다. 상대 너도 뭔가를 하고 있겠지, 그러면 나의 영역도 좀 지켜주면서 말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 본다. 저기 방금 너무 많이 넘어오셨거든요. 넘어오시면 곤난한데, 조금 물러나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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