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천륜에게
나의 인생 절반 넘게 하늘이 주신 운명 때문에 괴로워했었다. 눈 뜨고 의식이 생기면서부터 안 맞는 가족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승에서 살라고 내던져진 관계에 대한 해답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이를 깨닫고 알게 된 것은 나름의 해답을 찾아 헤매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난 다음이었다. 이승에서 이렇게 만난 인연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승화해 내지 않으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난다. 이 만한 인연으로, 혹은 더 못한 인연으로.
전생과 윤회를 믿지 않는다면 나의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일 뿐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 데는 전생, 윤회, 이승의 이야기가 가장 적당하고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이었다. 납득이 되었다. 여러 생을 거쳐 연을 쌓아오면서 우리는 결코 좋은 연이 아니었고, 결국엔 가족으로 묶여 이승에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해결하고 서로 성장해야 연이 풀어진다는 것이다. 답을 찾다가 장 이해가 되었고, 어느 유튜버의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심성이 착한 부모는 평생을 고생하시면서 나를 키워주셨다. 학교교육도 잘 받았다. 이런 렌즈로 볼 때는 문제가 1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존감이 낮은 분들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해결하고 다룰 줄 몰라 때때로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곤 했다.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건 다른 이의 감정과 생각을 수용, 존중할 줄 모르는 가정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른 글에도 밝혔지만 엄마는 평생을 미용일을 하셨다. 사춘기를 막 벗어난 나이에 미용실에서 궂은일을 해 냈고, 개업을 하기도 했다. 엄마는 종종 자신의 손님이었던 -자신이 볼 때 대단해 보였던- 그들의 위치가 된 것처럼 하고는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판단했다. 좋은 점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 가정에서 자라며 당하면서도 싫고, 벗어나고만 싶고, 이런 삶은 아닌데 싶은 마음만 키우게 된다.
백지상태에서 주입받고, 교육받은 행동을 고치기란 어렵다. 어쩌면 다시 태어나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은 너무나 많이 남아있고, 숨 쉬는 동안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는 게 나의 소망이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격이 아니라, 천사에게 날 좀 구워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는 식이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어찌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초기 프로그래밍 된 대로만 살았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반성이라는 걸 하면서, 내재된 카르마대로. 어떠한 잘못도 내가 했다기보다, 그들이 했다고 생각하며, 판단하고, 감정의 뭉치를 던져버렸다. 그것들이 돌덩이가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올 줄도 모르고.
지금 내가 완전히 개과천선했다면 거짓말이고, 같이 사람의 표현을 빌면 "달라졌다"라고 한다. 지금도 달라지는 과정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최종 목표는 내가 원래 나였던 모습으로 이 세상에서 주어진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를 자극하는 외부에서 오는 무언가는 감정을 직접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다. 그것에 속으면 안 된다. 그러기에 나를 알아야 하고,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런 가정에서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만 있었을까? 아니다. 난 그들이 보기엔 이상한 아이다. 고생하는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엄마를 더 편하게 해 주고 싶은 효녀가 한 명 더 있다. 그들에게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들은 항상 '가족'이라는 바운더리를 강조하면서도, 왜 소외감이 들게 행동하는 가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내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그룹이다. 제발 말과 행동이 같아라. 잘 안되면 노력이라도 해라. 인지라도 해라. 남에게는 온갖 조언과 충고는 다 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되지도 않는 부류들이다. 역시 감정은 여기서 춤을 추는구나. 자신들은 안 되면 입이라도 다물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