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엄마는 이미 들떠 있었다.
출국장 특유의 공기 때문인지,
유난히 반짝이는 바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눈동자가 먼저 달라진다.
“저 기계는 뭐야? 자동으로 짐이 나오는 거야?”
“저 사람들은 어디로 여행 가는 거지?”
엄마의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아직 비행기도 타지 않았는데 여행 모드는 이미 절정에 이른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엄마는 창가에 몸을 붙이고 하늘을 내려다본다.
비슷한 구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데도
엄마는 눈을 떼지 못한다.
아마 엄마에게는
그 모든 풍경이 순간마다 ‘새로운 하늘’인 것 같다.
(정말로. 주무실 때 빼곤 창 밖만 보신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엄마는 더 분주해진다.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다.
“저 건물은 몇 년 된 거지?”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무를 많이 심어?”
“저건 왜 저렇게 생겼지? 신기하네”
엄마는 가이드에게도 ‘최우수 학생’ 같다.
가끔은 가이드가 답을 몰라 당황할 만큼
순수한 질문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그때의 엄마 표정은 정말 해맑다.
세상이 아직도 엄마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는 듯이.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실감하게 된다.
이 여행에서 가장 어린 사람은
나도, 학생 관광객도 아니라
바로 엄마라는 걸.
세상을 처음 본 사람처럼 감탄하고,
질문하고, 배우려 하는 사람.
꽃 한 송이, 벽의 그래피티,
길모퉁이에 놓인 오래된 의자까지
엄마는 무엇이든 한 번 더 바라본다.
눈에 담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까 봐
마음으로 꾹 눌러 저장하려는 사람처럼.
엄마는 스스로 나이 들어간다고 말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어리고, 순진하고, 자유롭다.
평소에는 집안일, 사람 관계, 하루의 피로 속에서
‘어른 역할’을 하느라 눌러두었던 마음이
여행에서는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호기심 많고, 질문 많은,
세상이 아직 재미있는 사람인
‘원래의 엄마’로 돌아가는 순간들인가보다.
호텔방에 돌아와서도 엄마는 쉼이 없다.
유튜브로 우리가 온 도시의 역사, 음식, 문화 영상을
연달아 틀어놓고 본다.
내일 또 다른 세계를 만날 때
놓치는 것이 없도록 열심히 공부하다가
그제야 잠이 든다.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
엄마는 창밖을 보며 조용히 말한다.
“또 오고 싶다.”
그 말에는 아쉬움과 여운,
그리고 새로움에 다시 닿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여행이 분명 힘들었을 텐데
엄마는 피곤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단순히 여행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엄마 마음속 어딘가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늙어가는 중이 아니라
여전히 삶을 배우고,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엄마의 행복했던 하루를
여행을 통해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이
작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런 시간들이 오래도록
엄마의 기억 속 따뜻한 페이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