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서 발견한 사랑의 유전

by 에시

우리 집 식사자리는 늘 분주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엄마만 분주했다.


우리가 밥을 먹는 속도에 맞춰 사라지는 반찬을 계속 채워 넣고,

혹시나 부족할까 싶어 새로 지은 부침개나 볶음요리를 후다닥 내오고,

앉아서 같이 좀 먹자고 하면

엄마는 늘 “괜찮아, 먼저 먹어”라며, 물을 가져오거나

싱거울까 싶어 양념간장을 만들어 오곤 했다.


엄마의 자리는 식탁이 아니라

식탁 주변의 동선 전체였던 것 같다.

마치 작은 원을 그리며 가족을 떠받치는 사람처럼.


그러다 혼자 뒤늦게 식사를 시작하시고,

늘 제일 마지막에 숟가락을 놓으신다.

그 모습이 나는 불만이었다.


왜 같이 먹지 않을까.

왜 늘 본인은 마지막에 먹어야만 할까.

왜 그 바쁨을 당연하게 여길까.

그 모습이 불만이었고, 답답했고, 속상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연애를 하고 난 뒤

남자친구와 밥을 먹던 식탁에서

문득 모든 장면이 겹쳐졌다.


분명 함께 분담해서 요리를 했고,

이제 같이 앉아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주방과 식탁 사이를 바삐 오가고 있었다.

반찬을 더 꺼내고,

“이것도 먹어봐” 하며 접시를 바꾸고,

혹시 모자랄까 싶어 냄비를 들여다보고.


남자친구는 젓가락을 들다 말고

나를 보며 말했다.

“왜 자꾸 일어나? 그냥 같이 먹자.”


그 말은 나를 멈춰 세웠다.


아...

내가 엄마가 되어 있구나.

내가 싫어하고 이해 못 했던 그 행동을

지금 내가 똑같이 하고 있구나.


그 순간 여러 감정이 몰려들었다.

닮기 싫었던 것들을 닮아버린 당혹스러움,

답답함에 엄마에게 화내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서 생긴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왜 그토록 분주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된 엄마의 마음.


어쩌면 이해는

그렇게 뒤늦게 찾아오는 것인지 모른다.

삶을 통과해보아야만 보이는 감정들이 있는 것처럼.


그것은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나보다 먼저,

배부르게, 편안하게, 걱정 없이,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자친구는 아마 모를 것이다.

그날 내가 분주히 움직였던 그 마음 뒤에

어릴 적부터 받아 온 엄마의 큰 사랑이 겹쳐 있었다는 걸.


엄마에게서 시작된 그 사랑의 습관이

내 삶에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돌보고 싶은 마음이 된 걸

그는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이제야 알게 된 걸지도 모른다.

사랑은 때로 이렇게

식탁에서 조용히 유전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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