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기 시작한 건,
그냥 엄마가 광고 끊김 없이 보셨으면 해서였다.
엄마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몇 분마다 나오는 광고를
싫어하면서도 어쩔수 없지 뭐...하며 보시는걸 보며,
나는 내 계정을 엄마 폰에 조용히 로그인해두었다.
어느날부터 광고가 안나온다고 좋아하셨고,
그저 아주 작은 배려였다.
그런데 그 행동이 엄마의 마음 속 방 하나를
문틈만큼 여는 일이 될 줄 몰랐다.
어느 날 우연히 재생목록을 보게 됐다.
엄마는 재생목록이 공유된다는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엄마가 요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견뎌내고,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지…
그 모든 감정의 흔적이 조용하게 쌓여 있었다.
‘답답한 마음 뻥 뚫어주는 특강.’ 웃어야 산다
/ 홍성남 마태오 신부
엄마는 늘 우리 앞에서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렇게 단단한 사람이 아니란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우울함, 오래된 상처의 그늘,
그걸 혼자 삭이며 살았던 세월이 있었다는 걸.
그래서 저 제목을 보는 순간
엄마가 요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넘겼는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마음이 내려앉았다.
‘행복하게 늙은 사람들의 이야기.’
엄마는 이제 ‘늙어가는 법’을 부쩍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처럼 여긴다.
엄마는 미래를 향해 시선을 두는데,
나는 아직도 과거의 엄마 모습을 붙잡고 산다.
‘가까운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 때.’
/ 김창옥
순간 멈칫했다. 가까운 사람...
설마 그 ‘가까운 사람’이 혹시 나일까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엄마도 나를 이해하는 데 힘이 들때가 많은 걸까.
그치. 엄마에게 내가 때론 짐이었겠지.
아니, 어쩌면 그냥…
너무 사랑해서 상처도 함께 묻어나는 관계였을 것이다.
‘고양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12시간 연속 재생음악.’
엄마 집에는 코코가 있다.
10년 가까이 키운, 식구이자 친구 같은 존재.
엄마가 ‘고양이용 음악’을 틀어놓았다는 건
코코가 어딘가 불편해 보였던 어느 날이 있었던 거겠지.
엄마는 자신을 위한 위로 영상보다
고양이 코코가 편안해지길 바라는
음악도 찾아 듣는 사람이다.
엄마가 이렇게 가족을 묵묵히 돌보고 살았다는
사실이 괜히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엄마의 목록은 그저 취향의 나열이 아니라
엄마가 자기 자신을, 주변을, 그리고 오래된 상처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작은 기록이라는 걸.
엄마는 강한 사람인 적이 없다.
그저 강한 척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엄마가 회복되길 바랐다.
가벼워지길,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길,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길 바랐다.
휴대폰을 천천히 내려놓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엄마가 겪는 외로움, 걱정, 나이듦,
작은 기쁨과 회복의 흔적들이
한 화면 위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재생목록은 어쩌면
말로 하지 못한 엄마의 숨겨진 하루 표정들이
조용히 눕혀져 있는 일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리스트를 보는 일은
엄마가 몰래 적어둔 마음의 옆구리를
발견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저릿했다.
나는 언젠가, 엄마의 재생목록에
이런 제목이 하나쯤 들어갔으면 좋겠다.
“마음이 쉬어가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행복도 습관이 된 오늘의 이야기.”
그 제목 아래에
엄마의 하루가 조금 더 밝고,
코코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잠들고,
엄마가 ‘스스로의 기쁨’을 찾아가는
그런 시간들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엄마와 함께 쓰고 있다.
분명 그 안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흘러들어 오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