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원래 이런저런 행사에 나가는 편이 아니었다.
동네 소식에도 관심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류의 아주머니가 아니었고,
누가 무슨 활동을 한다고 해도
조용히 듣고 넘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달라졌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에도 나가보고,
주말 걷기 행사에도 참여하고,
시에서 하는 문화 프로그램 소식이 뜨면
캘린더에 날짜를 적어두기도 했다.
처음엔 의아했다.
엄마가 이런 걸 좋아했었나?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았었네?
언제부터 이렇게 바뀐 걸까?
어딘가 ‘이유’가 있어 보였지만
굳이 묻진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행사에서 받아온 작은 배지나
기념품들을 식탁 한쪽에 조심스레 놓아두는 걸 보면서,
이건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빠가 여전히 곁에 있고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음에도
엄마는 최근 이상하리만큼
집 밖 세상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엄마는 누군가와 스쳐 웃고,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같이 걸으며 바람을 맞는 그 짧은 순간들에서
자식들이 떠난 고요한 집 안의 시간을 벗어나
‘삶의 기운’을 느꼈던 건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바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루를 채워야 할지 몰라
조용히 고립되기도 한다.
엄마의 변화는 아마 그 조용한 고립에서
스스로 조금씩 벗어나려는
작고 단단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말한다.
“별거 아니야. 그냥 사람들도 보고, 걸으니까 좋더라.”
그 말이 처음엔 가벼워 보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 ‘별거 아닌’ 일들이
엄마의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엄마가 왜 행사에 빠지지 않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새로운 사람들, 다른 풍경,
가볍게 건네는 인사와 미소.
그런 것들이 엄마의 일상 속 빈 구석에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엄마의 하루를
오늘도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라면.
엄마가 그 길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기를,
그 걸음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계속 찾아갈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엄마가 계속해서 자신을 데리고 나가
여전히 재미있는 세상과 만나기를.